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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부엌 형태의 효시가 된 '프랑크푸르트 부엌', 사각 상자 형태에 바퀴가 달린 '미니-키친', 나무 형태의 '키친 트리'…. 20세기 부엌의 변천 과정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키친(kitchen)-20세기 부엌과 디자인'전은 192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부엌과 주방 제품을 소개한다. 내용물 이름과 눈금이 표시된 알루미늄 조리재료통, 바닥면이 살짝 기울어진 냄비건조대 등 가사 노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배려가 곳곳에 담긴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1926년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성건축가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가 설계한 것이다. 붙박이식 수납공간을 가진 일체형으로, 현재 가장 일반적인 부엌 형태가 여기서 나온 셈이다. 쉬테-리호츠키는 6.5㎡의 좁은 공간 내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효율적인 가사 노동이 가능하도록 가구를 배열했고, 공장에서 대량생산해 저가 비용을 유지했다. 1950년대 부엌은 여기서 한발 나아간다. 특히 독일 주방가구 포겐폴은 60㎝ 크기의 유닛으로 부엌 가구를 만들어 공간에 따라 자유롭고 효율적인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제품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소개됐던 레이먼드 로위가 디자인한 매끄러운 실루엣의 '룩 키친'은 1950년대 확산된 '유선형 디자인'을 담고 있다. 효율성과 위생성을 향상시키던 부엌은 급기야 전문 요리사의 작업장과 같은 형태로 발전한다. 불탑이 1998년 선보인 '시스템20' 부엌은 가벼운 알루미늄을 사용해 이동이 쉽고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해 다양하게 주방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전시에서는 이처럼 부엌의 시대적 흐름을 살펴보는 것 외에도 그동안 디자이너들이 선보여 온 실험적인 부엌의 모습도 선보인다. 부엌과 거실을 분리하는 벽면에는 그릇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멍을 낸 '유니테 다비따시옹 부엌'은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했다. 르 꼬르뷔지에가 건축한 임대주택을 위한 것으로, 식기 수납장은 양쪽에 미닫이문을 둬 활용도를 높였다. 조에 콜롬보가 1963년 디자인한 미니-키친은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소형 부엌이다. 50㎝ 크기의 사각 형태지만 소형 냉장고와 전기 버너 2개, 저장용 찬장 등 나름대로 있을 만한 건 다 갖추고 있다. 슈테판 베베르카가 디자인한 '키친 트리'는 철 기둥을 중심으로 싱크대, 조리대, 선반 등이 나뭇가지처럼 펼쳐져 있는 형태다. 사용자에 따라 각 요소의 위치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부엌이다. Stefan Wewerka,Kitchen Tree,1984 각종 주방도구와 용기, 가전 등 부엌용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6월29일까지. ☎ 02-720-5114. hanajjang@yna.co.kr
    20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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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문화지구변경안 심의위 상정…민간위원 반발로 보류
    서울시와 종로구가 인사동 주가로변 일부 구역에 호텔 등 다양한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 업체가 실제 고층 호텔 건설계획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말 열린 서울시문화지구심의위원회에 인사동의 업종제한 구간을 축소하는 내용의 '인사동문화지구 관리계획 변경안'(이하 문화지구변경안)을 상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문화지구변경안은 인사동길 20-3·20-5·22-6 등 인사동 문화지구 내 24개 필지를 인사동 문화지구의 '주(主)가로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인사동 사거리 북쪽(안국역 방면) 인사·관훈·낙원동 일대는 2002년부터 지구단위계획상 인사동문화지구로 지정돼 있어 건축물 높이가 최대 4층으로 묶여 있고 업종도 제한된다. 인사동 사거리 남쪽(종로 방면)의 경우 1978년 '공평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있지만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인사동문화지구관리계획에 따라 업종 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주가로변'으로 지정된 구간은 전통문화 관련 업종만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종로구가 상정한 문화지구변경안대로 주가로변에서 제외되는 곳은 업종 제한이 풀려 그동안 금지된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시와 구가 이번에 주가로변을 축소하려는 구간은 인사동 가운데서 공평도시환경정비구역에 해당되는 지점들이다. 시는 작년 8월 확정한 '공평 도시환경정비계획'에 따라 공동개발구역에 속한 주가로변 구간의 업종제한 해제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들이 시민들로 붐비는 인사동. (연합뉴스 DB) 이제원 서울시도시계획국장은 "작년에 변경한 공평도시환경정비계획은 기존의 큰 구역을 소규모로 쪼개 인사동 등 주변 일대의 특성에 맞춰 정비하는 계획"이라며 "다만 해당(인사동길 인근) 부지는 기존 정비계획에 따라 건물주 동의가 상당히 진행돼 (개별 필지로 쪼개지 못하고) 공동개발구역으로 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문화보존회를 중심으로 고층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서울의 대표 전통문화거리인 인사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미 주가로변 제외 대상에 포함된 인사동길 12·20·22의 일부 부지에는 업종제한 해제를 예상하고 호텔 건설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에는 한옥도 여러 채 포함돼 있다. 인사동 지역사회는 전통문화보존회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강하다. 지난달 말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문화지구변경안은 민간위원인 윤용철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장의 문제 제기로 일단 보류됐다. 윤 회장은 "호텔 사업에 대한 지역의 우려를 전달하며 추가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재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야간시간대 인적이 드문 인사동의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해 호텔이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도 있다"면서 "문화지구변경안이 결국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주가로변 업종제한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ree@yna.co.kr
    201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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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혼자서만 있다면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나 혼자서만 있다면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아무개다'라는 말이 의미가 있는 법이지요." 한국의 대표적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고은(81) 시인은 8일 대학생 청중들에게 '타자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학생 단체 '젊음이 묻습니다' 주최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명사 초청 강연에서 고은 시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여러분은 아마 싸우고, 또 싸워서 또래 10명 이상을 떨어뜨리고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일 것"이라며 "우리는 나 하나가 존재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자 '사람 인(人)'자를 언급하며 "지게를 세워 두려면 작대기가 필요하듯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네 삶은 반드시 다른 존재에게 의존하고, 관계를 맺어야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그는 시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무속인이 되려면 이름을 알 수 없는 병을 심하게 앓아야 된다"며 "나는 시(詩)를 전혀 몰랐지만 문학을 하기 위한 '신병(神病)'을 시대가 대신 앓아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쉽사리 지나치는 인생의 희로애락이라는 우물 안에서 바로 영감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나 역시 '허무주의'가 내 몸에 밴 시대에 문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고은 시인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대학생들에게 "나는 하루도 글을 안 쓰면 삶이 재미없는 것처럼, 책을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눈병이 날 정도다"라며 다독(多讀)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미래는 어머니의 뱃속처럼 그리 행복한 곳만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의지가 땅에 부딪혀서 피가 되고, 땀이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번 잘 살아 봅시다." shine@yna.co.kr
    201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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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유인촌·김수로·조재현 등 잇달아 연극무대에
    올봄 연극 무대는 '돌아온 배우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유명 배우들이 때를 맞춘 듯 대거 연극 무대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 활동, 공직 생활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이들은 연어처럼 '무대'로 돌아온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꽃 할배'로 출연하며 젊은이들까지 사로잡은 원로 배우 신구(78)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앙코르 무대에 오른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지키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신구는 생명이 꺼져가는 간암 말기 환자를 연기한다. 초점 흐린 눈빛과 떨리는 손끝, 힘겨운 호흡으로 마지막을 앞둔 가장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의 연기는 지난해 초연 공연을 매진 행렬로 이끌었다. 역시 50년차 배우의 내공을 보여주는 손숙(70)도 초연 때와 같이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홍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극적인 전개나 특별한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어느새 관객석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훔쳐내고 있다. 결국 '나의 가족'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3월 2~3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4만~5만 원. ☎ 1544-1555.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유인촌(63)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연극 '홀스또메르'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재개한다. '홀스또메르'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어느 말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으로 한 때 촉망받는 경주마였으나, 이제는 늙고 병든 얼룩말 홀스또메르의 입을 빌려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 작품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인생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작품이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국내 초연 때부터 이 연극과 함께 해온 그는 "예전보다 체력은 달리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 역할도 함께 익어가는 느낌"이라며 기대감도 나타냈다. 이경미, 김선경, 서태화 등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그의 복귀 무대에 힘을 보탠다. 2월 28일~3월 3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신한카드아트홀. 5만5천~7만7천 원. ☎ 1588-0688. 연극 '홀스또메르' <<연합뉴스 DB>> 유쾌한 이미지로 친숙한 배우 김수로(44)는 진지하고 성숙한 고전 작품을 들고 대학로를 찾는다. 그가 이름을 걸고 이어온 공연 시리즈 '김수로 프로젝트'가 올해 첫 작품으로 선택한 작품은 러시아의 대문호 막심 고리키의 '밑바닥에서'다. 더럽고 어두운 공동지하숙소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을 그리는 이 작품에서 김수로는 알코올 중독으로 무대에 설 수 없는 '배우' 역을 직접 연기한다. 그는 "그간 '김수로 프로젝트'가 대중과 친밀도를 높이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올려야 할 때"라며 "1년 이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떠있는 듯한 느낌도 스스로 눌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깊다. 그가 대학 시절, 한 학기 내내 용산역과 서울역을 돌아다니며 "연극을 가장 연극답게 공부한 작품"도, 작고 낡은 소극장 위에서 "관객과 가장 진한 농도로 호흡한 작품"도 바로 '밑바닥에서'였다. 그는 "고전은 공연을 보고 나서 하루 이틀 뒤, 아니 한두 달 뒤에 묘한 상황에서 울림을 준다"며 "'A는 B다' 식의 메시지가 아닌 'A는 무엇일까'란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수로와 대학 동기인 배우 임형준 등이 함께 출연한다. 3월 1~30일 대학로 예술마당 4관. 전석 4만4천 원. ☎ 02-548-0598. 연극 '밑바닥에서'(사진제공=H&H 인터내셔널 크리에이티브 그룹) 배우 조재현(49)은 아예 대학로에 극장을 직접 지었다. 형의 이름인 '수현'과 자신의 이름을 합쳐 지은 '수현재씨어터'의 개관작으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선택했다. 2012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크게 흥행한 창작 연극으로, 결혼 빼곤 다해본 '그'와 '그녀'의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그린다. 조재현이 직접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배우 배종옥도 출연을 결정 지으며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던 조재현-배종옥의 만남이 다시 한 번 성사됐다. 조재현은 "어린 시절 뛰놀던 곳에 지은 공연장"이라며 "'그와 그녀의 목요일'처럼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재현과 배종옥 이외에 정은표, 박철민, 유정아, 정재은 등이 출연한다. 3월 1일~4월 27일 수현재씨어터(DCF대명문화공장 3층). 5만 원. ☎ 02-766-6506.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사진제공=수현재컴퍼니) sj9974@yna.co.kr
    201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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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폭 피해자 곽귀훈 씨 '나는 한국인 피폭자다' 펴내
    순간 갑자기 온 세상이 붉은 불덩어리로 돌변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웅장한 굉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러고는 사방이 온통 깜깜한 암흑세계로 변해 버렸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1개월 전 일본 히로시마(廣島)로 징집된 스물한살 청년 곽귀훈씨는 평생 잊지 못할 악몽 같은 광경과 마주했다. 미국의 B-29 폭격기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리틀보이'(Little Boy)를 투하했다. 그는 눈 깜짝할 새 숨진 수많은 병사를 뒤로하고 토굴에 숨어 가까스로 방사능비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었다. 23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 원폭 피해자인 곽씨의 경험과 이후 대일 보상 운동을 담은 회고록 '나는 한국인 피폭자다 - 원폭피해자 곽귀훈의 삶과 투쟁'이 최근 출간됐다. 곽씨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집과 피폭에 이어 한국과 일본 정부의 외면까지 삼중의 고초를 겪었다. 그는 일찍이 1950년대부터 신문에 '히로시마 회상기' 등을 연재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를 제기했다. 1998년 일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피폭자 수당 지급권을 인정해 달라는 '피폭자 확인 소송'을 일본 법원에 내 2002년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피해자가 일본을 벗어나면 권리를 박탈하는 일본의 행정명령 때문에 한국 거주 피폭자들은 차별을 받았다. '나는 한국인 피폭자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에 피폭된 곽귀훈 씨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 '나는 한국인 피폭자다'의 표지. 2014.2.23 <<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 photo@yna.co.kr 책은 곽씨가 소련이나 만주 전선으로 배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 히로시마에 가게된 사연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군인들과 갈등을 겪은 경험,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 분위기 등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폐허가 된 히로시마. 곽씨는 "지옥이 있다면 이런 광경이 지옥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람이 불면 시체가 타는 악취가 사정없이 몰려 왔다"고 회고했다. 강제징집 전 사범학교 학생이던 그는 해방 후 교육자가 돼 동국대 사범대 부속 중고등학교 교장 등을 지냈다. 책에는 곽씨가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호소하며 일본 언론에 게재한 기고문, 지난 2002년 '피폭자 확인 소송'의 소장과 판결문 등도 번역돼 실렸다. 올해 구순을 맞은 그는 컴퓨터로 원고를 직접 작성하는 열정을 보였다. 곽씨는 "90세가 됐으니 평생 한 일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 4월부터 책을 썼다"며 "사선을 넘나들다 홀로 살아남은 당시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tsl@yna.co.kr
    201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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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가로 '씨알사상'을 체계화하고
    종교인이자 문필가, 민주화운동가로 '씨알사상'을 체계화하고 실천한 함석헌(1901~1989) 선생이 1982년 미국에서 한 강연의 육성 녹음 테이프가 발견됐다. 함석헌기념사업회는 함 선생이 1982년 8~9월 미국 워싱턴과 필라델피아에서 한 강연을 녹음한 테이프 13개를 최근 입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테이프는 함 선생의 지인 김세인씨가 지난달 기념사업회로 보낸 것으로, 함 선생이 노자·장자 사상, 자유·통일, '밥이 하늘입니다', '누가 내 이웃인가' 등을 주제로 한 강연과 수도연합장로교회예배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함 선생이 당시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동환 목사와 한 대담 내용도 포함됐다. 최중도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지금까지는 당시 강연을 요약하거나 발췌한 자료만 남아 있었고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며 "함 선생의 철학과 사상을 담은 또 다른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테이프에 녹음된 강연 내용으로 녹취록을 만들고 이를 디지털로 변환,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본 테이프는 서울 도봉구에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함 선생 기념관에 다른 유품과 함께 전시된다. 사업회는 이밖에 올해 함 선생 25주기를 맞아 기존에 발간된 저작집의 정본 발간을 추진, 올해 안에 첫 5권을 내놓을 계획이다. pulse@yna.co.kr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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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현실정치 관여 경험에는 그 시간에 연구 더 했어야!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8일 학자들이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관여하거나 현실정치에 직접 뛰어드는 행위를 두고 "학문적 탐구에 전념하면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날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열린 '문화의 안과 밖' 3번째 강연에서 '학문의 중립성과 참여'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지식인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찰자이자 심판관이 적절한 역할이자 위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 현실의 정당정치 과정, 그와 연결된 사회운동 등 3개 영역에서 학자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만큼 학자들의 정치 참여는 책임을 수반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학자들이 현실정치,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 등 공적 영역에서 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며 "학문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지만 정치학을 수단으로 정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당정치가 분단체제하에서 이념적으로 양극화됐고,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정부를 관리·운영할 권한을 위임받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학자들의 현실 참여는 정치권력과 이념으로 양극화된 어느 한 쪽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현실정치와 정책이 요구하는 지적·정책적 작업에 참여하는 정책 전문가나 현실정치의 전략·전술 전문가 중 하나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학자들의 정치 참여 현실을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최 교수는 "학자들의 현실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학자가 꼭 현실 참여를 통해서만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며 학문 연구에 전념하면서도 공익에 얼마든지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학자들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깊이 탐구하지 않는 등 소명의식과 책임윤리를 결여한 채 가치와 신념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공익에 해가 되는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60~1970년대 미국 진보 사회학계의 대표 학자였던 C.라이트 밀스를 언급하면서 "그가 현실정치와 일반 독자,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는 어떤 운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책과 논문으로만 학문적 결과를 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과학계에 대해 "어떤 가치나 규범, 이념을 추구하는 열정은 강하지만 사실적 진실을 추구하는 열정이 약하다는 학문적·지적 전통이 있다"며 "경험적 사실 추구에 기초해 진실을 탐구하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자신이 현실정치에 관여한 경험에 대해선 "개인적 인간관계나 정치적 문제 등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거기에서 내가 한 역할이란 크지 않다"며 "별로 남는 게 없었고 차라리 그 시간에 학교에서 더 열심히 연구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작년에는 한때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pulse@yna.co.kr
    201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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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동안 1만3천여명 관람 성황-일본은 위안부 왜곡 전시 부스 철거당해
    세계 최대 만화제의 하나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한국 기획전이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문화영상진흥원은 앙굴렘시 앙굴렘극장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을 찾은 입장객이 1월30일∼2월1일 사흘 동안 총 1만3천200명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개막 당일 3천200명에서 이틀째는 4천600명, 사흘째는 5천400명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관람객 수가 늘어났다. 또 관람층도 청년, 중장년 개인부터 초·중·고 단체 관람객까지 다양했다. 일본 측의 지속적인 기획전 취소 압력과 방해에도 이처럼 많은 관람객이 들 수 있었던 이유는 기획전 주제의 보편성과 관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여성에 대한 전시 폭력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보편적 성격이 관람객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프랑 봉두 앙굴렘 만화제 조직위원장은 한국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 전시가 제1차 세계대전 등 과거의 잘못을 반성할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니콜라 피네 만화제 아시아 디렉터도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 기억과 역사에 대한 문제"라면서 한국 기획전이 '정치적 선전'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측 주장을 반박했다. 앙굴렘 만화제에서 철거된 일본 전시 부스 (앙굴렘<프랑스>=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앙굴렘시에서 열린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의 일본 전시 부스가 철거돼 있다. 일본 만화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소개하는 한국 기획전에 대항해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왜곡한 작품들을 전시하려고 했으나 축제 조직위원회가 개막 전날인 29일 철거했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4. 2. 1 sungjinpark@yna.co.kr 한국 기획전에는 이현세, 박재동 등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를 비롯해 프랑스에서 만화가로 활동한 김금숙과 박건웅, 신지수 등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 등 19명의 만화, 일러스트 20편과 동영상이 출품됐다. 반면 일본 측은 한국 기획전에 대응해 아시아관 전시 홍보 부스에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왜곡한 작품들을 전시하려다가 개막 전날 조직위 측으로부터 부스를 철거당했다. 봉두 위원장은 "일본 전시장에 있었던 전시물이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보였다"고 부스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앙굴렘 만화제에서 일본 측 작품이 철거된 데 대해 지난달 31일 "지극히 유감"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을 시작으로 언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주프랑스 일본대사관은 현지 언론사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일본 외무성 문서를 배포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서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위안부 전시가 만화를 통한 국제문화교류의 촉진, 상호 이해, 우호 친선을 취지로 하는 앙굴렘 만화제 취지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앙굴렘 만화제는 2일 폐막할 예정이다. sungjinpark@yna.co.kr
    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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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창덕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은 무료
    올해 설에는 연휴가 4일 간 이어지면서 해외로 여행 가는 사람이 많지만 국내에서 가족, 친지와 가볼 만한 여행지도 적지 않다. 한국관광공사는 설 연휴 가볼만한 국내 여행지를 주제별로 나눠 26일 추천했다. 설 당일에 무료로 개방하거나, 한복을 입고 가면 입장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주는 곳도 많다. ◇ 설에 민속놀이 해볼까 =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은 다음 달 2일까지 '설맞이 복잔치'를 열고 있다. 지신밟기, 달집 태우기, 떡나누기, 대형 연날리기 등 세시 풍속을 체험하고 말띠 해를 맞아 말과 망아지를 가까이에서 만져볼 수도 있다. 한복을 입었거나 말띠해에 태어난 입장객에겐 자유이용권을 50% 할인해준다.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30일부터 2일까지 판소리, 농악, 민요 공연과 함께 새해 소원지 쓰기, 민속놀이 체험 등이 펼쳐진다. 청계천 관광안내전시관에서는 27일부터 1일까지 윷놀이, 투호, 복주머니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 고궁 나들이 =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창덕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은 설 당일인 오는 31일 무료로 개방한다. 한복을 입은 관람객은 창덕궁 후원을 제외하고 연중 내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연휴 내내 궁 곳곳에서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 등 민속놀이 행사도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우리 전래 놀이인 죽마(竹馬) 놀이, 토정비결과 윷점 보기, 전통가옥 오촌댁에서 세배하기, 직접 만든 북청사자탈을 쓰고 탈춤 추기 등이 진행된다. ◇ 눈꽃 여행 = 도시를 벗어나려 한다면 겨울 여행의 백미인 '눈꽃 트레킹'을 추천한다. 덕유산, 오대산, 태백산은 비교적 산세가 완만해 설경을 감상하기 좋은 트레킹 코스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오색 전등으로 밤하늘을 수놓는 빛 축제도 열린다. 가평 오색별빛정원전, 보성차밭빛축제, 포천 허브아일랜드 불빛동화축제 등이 있다. ◇ 길 막힐 땐 전철 여행 = 설 연휴 정체로 몸살을 앓는 자동차 도로 대신 전철을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여행 코스도 많다. 수도권에서는 1호선을 타고 종착점인 인천역에 내리면 차이나타운, 개항장 문화지구, 인천아트플랫폼, 한국근대문학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춘천 가는 기차'를 타는 것도 좋다. iTX 청춘 열차나 경전철을 타면 쁘띠프랑스, 강촌 레일바이크, 김유정문학촌, 소양강 등에 닿는다. 지방에서는 부산과 대전, 대구, 광주광역시에서 '지하철 투어'를 떠날 수 있다. 경춘선 옛길 레일바이크 <<한국관광공사 제공>> newglass@yna.co.kr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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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 히로부미 저격장소 앞 귀빈실 개조해 기념관 설치
    中, 표시석 설치 朴대통령 요청에 기념관 건립 화답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중국 하얼빈역에 19일 안 의사의 의거를 기리는 기념관이 전격 개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하얼빈역에 중국 하얼빈시와 하얼빈시 철도국이 건립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식을 갖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기념관 공사는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채 진행됐으며, 이날 개관식에는 헤이룽장성 부성장을 비롯한 중국 측 인사들만 참석했다. 안 의사 기념관은 의거 현장 바로 앞에 있던 귀빈실 일부를 개조, 200여㎡ 크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관 내부에서는 참관자들이 유리창 너머로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현장인 플랫폼을 잘 볼 수 있다. 기념관에는 안 의사의 일생과 사상을 담은 사진과 사료 등이 전시됐고 일부에는 한국어 설명도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은 그동안 저격현장 플랫폼 바닥에 간단한 표시만 있던 안 의사 저격 현장 천장에 "안 의사 이등박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라는 설명 문구를 눈에 잘 띄게 걸어 놓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한중 정상 간 논의에 따라 중국 하얼빈역에 안 의사 기념관이 개관된 것을 환영하며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 의사가 한중 양국민이 공히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인 만큼 하얼빈역의 의거 현장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시 주석은 유관 기관에 검토를 지시했다. 한중 양국은 이후 물밑에서 관련 협의를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의거 현장 표지석 설치 요청을 받은 중국 정부는 표지석 설치 수준을 넘어 기념관을 건립으로 화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브리핑에서 안 의사에 대한 평가를 요구받고 "안중근 의사가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저명한 항일의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은 역사 인식 문제로 일본과 갈등 관계에 있는 한중 양국의 공동 대응 성격도 띠어 일본의 반발도 예상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해 11월 안 의사 표지석 설치 문제와 관련, 안 의사가 범죄자라는 주장을 펴 우리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잠입,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던 이토를 사살하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같은 해 11월 러시아 헌병대에서 뤼순에 있는 일본 감옥으로 이송됐으며 이듬해 2월14일 사형을 선고받고 3월26일 순국했다. cha@yna.co.kr
    20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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