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열차사고수사본부는 사고 당일인 지난 2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이 신호기계실에서 모니터상으로 신호 오류가 난 것을 확인했지만 통상적 오류로 생각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지난 3일 사고원인 분석 결과 발표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3시10분 데이터를 수정한뒤 신호에 오류가 발생했으며, 사고가 난 2일 오후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경찰 발표 직후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2일 오전 신호팀 직원이 이상한 점을 보고했지만 보고를 받은 제2신호관리소는 안전에 영향을 끼칠 만한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넘어갔다"며 "신호관리소장이 상부에 보고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서울시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신호 오류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사고 당일인 2일까지 나흘간 신호기가 오작동하는 가운데 무방비로 지하철 운행이 이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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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돌사고 직후 긴급 복구작업에 투입된 인부들
원칙적으로 신호기가 '정지'나 '주의'로 나타나면 열차자동정지장치(ATS)가 작동하지만 '진행'으로 표시되면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사고 발생 14시간 전에 신호기 오류를 인지한 서울메트로 직원의 보고가 제대로 상부에 전달돼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번 사고 또한 인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서울메트로 신호시스템 관련자 1명과 시스템 설치·유지 민간 업체 관계자 2명을 조사한 결과 문제가 된 연동장치 데이터 수정은 지난달 29일 오전 1시10분부터 10분간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또한 상왕십리역에 정차해 있던 앞 열차의 경우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세 번이나 스크린 도어를 여닫는 바람에 출발이 1분 30초가량 늦어졌으나 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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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지하철2호선 열차 추돌사고 원인
-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직원이 사고 14시간 전 신호 오류를 인지하고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kmtoil@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종합관제소는 사고 발생 이후에도 사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앞 열차 기관사 박씨에게 열차 간격 유지를 위한 조속한 운행을 뜻하는 '회복운행'을 하도록 지시했다.
종합관제소 근무자는 운행상황판을 예의주시하면서 운행열차에 대해 종합적·전반적 감시와 통제를 해야 하지만 사고발생 후인 오후 3시 32분에야 승강장의 비상통화장치를 통해 상황을 인지했다.
경찰은 이 밖에 피해자 34명에 대한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안내방송 등의 구호조치가 적절했는지도 수사중이다.
앞 열차 기관사 박씨는 경찰에서 추돌 후 안내 방송을 하려 했지만, 방송장치가 고장이 나 직접 객실 3량으로 이동하면서 다친 사람들을 상대로 '역무실에서 도움을 받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앞 열차 차장 황모(27)씨는 안내 방송을 했다.
또 뒷 열차 차장 곽모(55)씨는 사고 후 안내방송을 했지만, 사고의 영향으로 일부 전달이 되지 않았을수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안내 방송이 승객들에게 실제로 들렸는지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상 피해자들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며 "아직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사람은 없으며, 종합적으로 수사한 뒤 추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