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퇴직자와 실무진 등을 상대로 바닥을 다진 검찰 수사는 계열사 대표와 임원 등 측근들을 잇따라 소환한 뒤 사법처리하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의 형 병일씨를 시작으로 일가 소환에 착수하면서 의혹의 '몸통'인 유 전 회장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김진태 검찰총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달 20일 인천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리도록 지시하면서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국내외에 수천억 원대 자산을 보유하고도 청해진해운을 부실하게 운영하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온 것이 이번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대기업 등의 경영비리에 대한 인지 수사는 첩보 입수와 충분한 내사 과정을 거친다.
유 전 회장 경영비리 수사는 그러나 통상적인 수사와 목표는 물론 접근방법도 달랐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횡령 등 불법 혐의를 찾아내 세월호 사고의 피해 회복을 위한 출연 등을 압박하는 쪽으로 수사의 큰 방향을 설정했다.
사전에 혐의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우선 계열사 경리와 퇴직자들을 상대로 한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유 전 회장 일가의 숨겨진 재산과 범죄 혐의를 찾는 데 주력했다.
'바닥 다지기'에 성공한 검찰은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대표나 임원 직책을 맡고 있는 핵심 측근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죄 수법과 유 전 회장 일가와의 연루 여부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이재영(62) ㈜아해 대표 등 유 전 회장 측근들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측근들에 대해서는 조사 후 하루 이틀 만에 예외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유 전 회장 일가를 압박하고 있다.
김한식(72) 천해지해운 대표는 침몰사고의 선사 책임자로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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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참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연합뉴스 DB>>
측근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검찰의 칼끝은 이제 본격적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겨누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일가 중 처음으로 유 전 회장의 형 병일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부친이 설립한 유성신협에서 부이사장 등을 맡은 바 있는 병일씨는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50만원 가량을 받으면서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개입한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병일씨에 이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에게 오는 12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대균씨는 동생 혁기(42)씨와 함께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 지배구조의 축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면서 사실상 계열사 경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일씨와 대균씨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거나 소환될 예정이어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
소환에 불응한 차남 혁기(42)씨와 장녀 섬나(44)씨는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 같은 발빠른 행보로 미뤄볼 때 경영 비리의 가장 윗선인 유 전 회장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과 물밑에서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소명될 경우 대균씨와 혁기씨는 물론 유 전 회장 본인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통상 검찰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혐의로 부자(父子)나 형제(兄弟)를 동시에 구속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 중) 책임 있는 사람은 모두 처벌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해 유 전 회장은 물론 아들과 딸 등 일가가 모두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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