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변호사 "공직퇴임 해당 안 된다" 강력 반발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 변호사들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사건 수임자료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를 놓고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로클럭 출신 변호사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회는 ‘로클럭 출신도 전관(前官)이므로 당연히 제출의무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변호사들은 ‘로클럭이 무슨 전관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변호사법과 그 시행령이 일치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므로 관련 법령이 조속히 정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는 최근 로클럭 출신 변호사 68명에게 오는 31일까지 변호사 개업 이후 수임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법 제89조의4는 공직퇴임변호사는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수임한 사건에 관한 수임자료 등을 매년 두 차례(상반기 수임사건은 7월 31일까지, 하반기 수임사건은 다음 해 1월 31일까지)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지방변호사회는 이를 취합해 법조윤리협의회에 내야 한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수임자료 등을 검토·조사해 징계 사유가 있으면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 징계개시를 신청하거나 위법한 혐의가 있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로 2008년 3월 변호사법 개정 때 도입됐다.
하지만 로클럭 출신 변호사들은 “우리는 변호사법상 ‘공직퇴임변호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수임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수임제한, 수임자료 제출 등 각종 제재를 받는 공직퇴임변호사의 범위를 규정한 변호사법 제31조는 재판연구원과 사법연수생,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인 또는 공익법무관 등으로 근무한 사람은 공직퇴임변호사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은 법이 명문으로 로클럭 출신은 공직퇴임변호사에서 제외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회가 로스쿨 출신인 자신들을 박해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로클럭 출신 변호사는 “법규정의 취지는 전관예우를 받을 우려가 있는 고위직 판·검사나(변호사 자격을 가진)공무원을 규제하는 데 있다”면서 “재판이나 법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은 우리 같은 로클럭 출신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회는 로클럭 출신도 당연히 공직퇴임변호사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공직퇴임변호사의 수임자료 제출의무 등의 구체적 내용을 정하고 있는 변호사법 시행령 제20조의11이 수임자료 제출 대상인 공직퇴임변호사에서 변호사법 제31조와 달리 로클럭을 제외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조항은 수임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공직퇴임변호사로 법관과 검사, 장기복무 군법무관 등을 규정하면서 여기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사법연수생과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군인 또는 공익법무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31조와 똑같은 내용과 형식인데 예외 대상에서 로클럭만 빠진 것이다.
나 회장은 “변호사법에서는 로클럭을 공직퇴임변호사에서 제외하고 있고, 변호사법 시행령에서는 제외하지 않아 공직퇴임변호사의 범위에 대한 차이가 있다”며 “전관예우의 폐해를 방지하려는 도입 취지에 맞게 변호사법 제31조에서도 로클럭을 예외 대상에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판·검사나 다른 공직자의 경우 단 하루만 공직에 있어도 수임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데, 로클럭만 예외가 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서울회 관계자는 “판·검사만 전관예우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로클럭은 법원에서 2년간 재판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수임자료 제출 등을 통해 부적절한 사건 수임 등이 있는지 감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 내부에서는 국내외 판례나 논문, 재판 자료 등에 대한 리서치를 포함해 재판에 대한 보조적인 업무만 수행한 로클럭까지 규제 대상인 전관 변호사로 보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직퇴임변호사 등에 대한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법조윤리협의회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법조윤리협의회 관계자는 “변호사법 제31조3항이 공직퇴임변호사에서 로클럭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수임자료 제출 의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규정의 도입 취지나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면 로클럭도 공직퇴임변호사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며 “깊은 논의를 통해 적절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shinji@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