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인사들의 사건 개입설 등이 나돌던 상황에서도 성급한 수사 확대보다는 비자금 흐름 분석에 주력했던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비리 의혹의 정점에 선 인물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전망이다.
첩보나 풍문 수준에 그쳐 있던 각종 관련 의혹들에 대한 탐색 작업도 여력이 확보된 만큼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건설 비자금 용처 윤곽…'윗선' 수사 = 지난 13일 회사 압수수색과 함께 신호탄을 쏴 올린 포스코건설 수사는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100억원대의 해외 비자금 조성 경위를 규명하는 데 집중돼 있었다.
2009∼2012년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 사업 과정에서 하청업체 지급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조성된 100억원대의 비자금이 회사 측 주장대로 발주처 리베이트로만 쓰였는지, 다른 경로로 빠져나갔는지를 쫓는 과정이었다.
검찰은 이 중 상당 금액이 리베이트와 무관해 보이는 경로로 흘러간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비자금 조성에 깊게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포스코건설 박모 전 상무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향후 수사는 박 전 상무의 윗선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현지 사업비 처리를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한 포스코건설 임원들이 잇따라 조사실로 불려올 전망이다.
베트남 사업을 총괄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부회장을 상대로 한 조사는 비자금의 정확한 사용처와 '윗선' 규명이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비자금이 '국내용'으로 사용됐을 만한 정황을 담은 여러 증거자료 등을 제시하면서 문제의 돈이 정확히 어디에 쓰였고, 정준양 전 회장 등 그룹 최고위 인사들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캐는 과정이다.
◇ 융자금 운용 계좌 추적…성완종 소환 일정 조율 = 지난 18일 경남기업 및 석유공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자원외교 의혹 수사는 일단 나랏돈을 유용한 정황이 포착된 경남기업 측의 혐의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남기업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러시아 캄차카 석유개발 탐사 사업 등 8건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정부 예산으로 성공불융자 330억원을 빌렸는데, 검찰은 이 중 100억원대의 돈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은 단서를 잡았다.
정부 융자금 유용 의혹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 사업으로도 번졌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이 사업과 관련해 2006∼2008년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일반융자' 형식으로 빌린 130억원의 사용처도 쫓고 있다.
경남기업은 컨소시엄 형태로 각각의 사업에 참여했다. 검찰은 해당 컨소시엄과 현지 자원개발 사업 운영권자 사이의 입출금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 운영권자는 사업비가 소요되는 대로 지분 참여자들에게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하는 '캐시콜'을 보낸다.
나랏돈이 목적대로 쓰였다면 '캐시콜'이 있을 때마다 경남기업은 지분율만큼의 돈을 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누락이 발생했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예산 유용 혐의를 받는 데에는 성완종 회장이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조만간 소환을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정치권 외압 의혹 등으로 탐색 확대 = 포스코건설과 경남기업 수사의 첫단추에 해당하는 비자금 추적 작업이 진척을 보이면서 수사팀은 여태껏 제기된 각종 관련 의혹과 비리 첩보를 확인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포스코건설 사건과 관련해 시선을 모으는 것은 포스코 그룹의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의혹이 우선 꼽힌다.
포스코는 2010년 플랜트설비 제조업체인 성진지오텍을 고가에 인수해 자회사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정권 유력 인사들의 외압이 있었는지가 의혹이 핵심이다.
인수를 결정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이미 출국금지됐다. 검찰이 포스코건설 수사의 진도에 따라 정 전 회장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시된다.
경남기업의 경우, 성 회장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는지가 향후 수사 초점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남기업이 암바토비 니켈 광산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성 회장이 광물자원공사 측에 지분 매각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그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하는 등 정치적 활동 반경이 컸다는 점도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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