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평정 기준에 ‘대국민 친절성’이 새로 들어간다. 법무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검찰청법의 검사 복무 평정 조항과 관련해 세부 규정을 담은 제정안을 4일 입법예고했다.
개정 검찰청법은 법무부장관에게 검사의 근무성적과 자질을 평정하기 위한 공정한 평정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자질 평정기준에는 친절성과 청렴성, 성실성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근무성적과 자질 평정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개정 검찰청법은 지난 6월 활동을 종료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주영)가 마련한 법조 개혁안의 결과물이다. 검찰은 그동안 ‘검사복무상황표작성 지침’에 따라 역량 요소별 평가와 7단계로 구성된 종합평정 복무평가를 1년에 두번 실시해왔다.
평정은 대상 검사의 소속청 또는 상급청 검사로서 업무처리를 지도·감독하는 상급검사가 맡게 된다. 직무대리 등의 사유로 소속청 외에서 근무하는 검사에 대한 복무평정은 근무하는 청의 상급검사가 실시한다. 다만 직무대리기간 등을 고려해 소속청 상급검사가 평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했다. 상급검사가 복수일 때에는 평정 단계별로 분담해 평정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관할 지청 소속 검사에 대한 복무평정 결과를 확인하고 의견을 기재할 수 있다. 또 평정 대상 검사는 검사복무평정을 위해 자신의 업무실적을 기재해 이를 상급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복무평정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의 지침으로 있던 업무평정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친절성과 청렴성 등의 경우 기존에 운영하던 관리시스템에 복무자세와 적법절차 준수 등의 항목에 포함돼 있었지만 개정 법률에 따라 항목을 따로 분리해 명시하면서 부각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존에 활용되던 다면평가도 평가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급자의 복무평정은 평정의 기본이 되는 자료”라면서도 “그밖에도 기존의 다양한 평가방법을 여러 트랙으로 계속 활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초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검찰청법 개정안도 성실성과 청렴성, 친절성 등 자질평정 이외에 사건 처리율과 처리건수 및 처리기간, 무죄율, 항고 및 재항고사건의 인용율, 불기소결정 이후 재정신청 인용율, 불기소처분 이후 헌법소원 인용으로 유죄가 확정된 내용 등 근무성적평정 등을 법률에 명시하도록 했었지만, 자질평정 항목은 검찰청법에, 근무성적평정 항목은 법무부령을 통해 명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따라서 법무부가 마련한 이번 규정안이 과연 ‘검사의 근무성적과 자질 평정을 위해 공정한 평정기준을 마련해 명시해야 한다’는 국회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느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권재진 법무장관도 지난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죄평정제도를 좀더 실질화하고 엄격하게 해서 무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사개특위 논의과정에 참여했던 국회의 한 관계자는 “재판하는 기관과 수사하는 기관의 평정 기준이 같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더 세분화된 기준을 법무부령을 통해 정해야 하는데, (이번 입법예고 내용을 보면) 여전히 자의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무죄율과 관련한 비판이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는 물론 장관 및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나왔다”며 “무죄율에 대한 가중치를 어떻게 두느냐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어도 규정안에 무죄율 항목 자체가 안들어간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규정안이 명시한 ‘대국민 친절도’ 역시 별도의 측정 도구나 척도를 개발하지 않고 민원관리 카드나 미담사례 등을 종합해 상급자가 평가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회의 입법의도와 달리 형식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처리율과 업무상 과오, 징계나 감찰 처분 등 근무성적 평정은 인사요인의 한 부분인데 법령에 특별히 규정은 없다”며 “검찰업무 내용에 비춰 현실적으로 규정에 직접 넣긴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사복무평정규정 제정안과 함께 검찰인사위원회규정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대통령령으로 운영돼 오던 검찰인사위의 일부사항을 법률사항으로 격상하고 검찰인사위원회 구성 변경 및 심의사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 검찰청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함에 따라 마련된 후속 조치다. 개정안은 검찰인사위의 구성과 관련해 총 11명의 위원 중 검찰 측 관계자로 검사 3명(일반검사 1명 이상)을 포함시키도록 명시한 검찰청법에 따라 이를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및 일반검사 각 1명으로 정했다. 검찰 인사위원회는 무죄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을 끈 사건 중 검찰인사위원 3분의 1이상이 심의를 요청하는 사건 등을 심의할 수 있다. 다만 수사나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은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위원회는 사건평정 결과 검사에게 과오가 있다고 의결할 경우 법무부장관에게 그 이유가 기재된 서면을 통해 검사 인사에 반영하도록 건의할 수 있다.
장혜진 기자cor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