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는 지난해 경력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정당활동을 한 내역을 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면접에서도 이를 확인하는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진보신당 당원 출신의 어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였음에도 경력법관 임용절차에서 탈락하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정당 활동을 문제 삼아 법관임용을 거부하였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기본권 침해라거나 이념적 차별이라는 비판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원자의 정당 활동 전력이 법관선발의 평가요소에 포함되었는지 현재 확인할 방법은 없다.
로스쿨 제도의 시행과 함께 법조일원화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순에 따라 법관을 임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계량화된 임용기준이 없어지고 법관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성품을 평가하여 경력법관을 임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법관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공정성(공정한 재판), 근면성(신속한 재판), 법적 사고력(정확한 재판)일 것이다. 법조일원화가 성공하려면 기성의 법조인 중에서 이러한 덕목을 고루 갖춘 인사를 선발하여 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법관지원자가 이러한 자질을 어느 정도로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려면 그의 평소 언행, 활동경력, 저작물, 검사 혹은 변호사로서의 직업적 성취도, 소송수행 능력, 변론의 태도, 법정예절 등 외부에 나타난 객관적 징표와 과거의 행적을 기초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임용심사의 시기에 즉시 포착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관찰해야 비로소 평가가 가능한 것이므로 법원으로서는 평소에 검사나 변호사들에 대한 평가자료를 수집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법관지원자의 과거 정치활동 경력을 경력법관 선발의 평가자료로서 고려할 것인지 문제된다. 법관윤리강령에 의하면,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제7조 제1항),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제7조 제2항). 법관을 선거에 의하여 선출하기도 하는 미국에서는 일찍이 법관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는 윤리강령을 확립하였는데, 여기서 정치적 활동은, 선출직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 지지 혹은 반대, 정치단체에 대한 헌금, 정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가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윤리강령의 적용을 받는 대상을 법관후보자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
법관의 정치활동 금지는 삼권분립, 사법부의 독립, 재판의 공정성으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다. 법관의 재판은 정치권의 영향력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독립해 있어야 사법부가 독립되는 것이고 재판의 공정성도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재판의 공정성은 그 자체로 공정한 것 못지않게 일반 국민에게 공정하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법관지원자가 과거에 법관으로서 금지되는 정치활동을 한 경력은 법관선발에 있어서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정적 평가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본인이 어떠한 생각을 하든 대외적으로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법관은 “사건만을 보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인생에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