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고객들이 부담했던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달라는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산은 지난달 말 은행과 생명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징수한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달라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태산은 지난해 11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해 모두 490여명으로부터 약 1천건의 사례를 접수했다. 소송가액만 23억6천만원이다.
소송 대상은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을 포함해 1금융권 16곳, 생명보험사 6곳, 저축은행 20곳이다. 단위 농협ㆍ신협을 포함하면 200곳에 달한다.
근저당 설정비란 담보대출 과정에서 은행이 근저당을 설정할 때 법무사 사무실에 지급하는 등기비용 등을 말한다.
은행이 설정비를 내거나 대출금리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고객이 부담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시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은행이 설정비를 부담하고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반씩 내고 있다.
소송을 낸 법무법인 측은 고객들이 기존에 납부한 설정비 가운데 ▲등록세 ▲교육세 ▲신청 수수료(주택채권 매입금액 제외) ▲법무사 수수료 ▲감정평가 수수료는 전액, 인지세는 반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억원을 담보대출 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비용은 최고 90만원 정도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도 지난해 말 3천여건의 사례를 접수해 53억원 상당의 설정비 반환 소송을 걸었다. 금소연은 지난 10년간 은행들이 거둬들인 설정비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도 최근 피해 구제 신청을 받는 절차에 돌입했으며 자문 변호인단를 통해 조만간 집단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그러나 줄소송에 직면한 은행권의 반박 논리도 만만치 않다. 대출금을 조기 상환할 계획이 있는 고객은 근저당 설정비를 본인이 부담하고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는 등 설정비 부담 주체를 정하는 것이 고객의 선택사항이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약관 개정 소송 당시 10여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행이 설정비를 부담한 비율과 고객이 부담한 비율이 거의 반반이었다. 고객이 본인의 자금계획을 감안해 스스로 선택한 것인만큼 설정비가 은행의 부당이득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