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아파트 전세계약을 할 때 청와대 직원들이 현금을 수표로 바꿔 보낸 전세자금 가운데 1억4000만원이 ‘1만원권 구권 화폐’였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구권 화폐는 2006년까지만 발행된 것이어서 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시형씨는 2010년 2월 서울 삼성동 ㅎ아파트(142㎡·43평)의 전세계약을 6억4000만원에 체결했다. 계약금 6100만원은 어머니 김윤옥(65)씨의 측근인 설아무개씨가 입금했고, 잔금 가운데 3억2000만원은 청와대 직원이 발행한 수표로 지급됐다. 청와대 직원 6명은 청와대 근처 은행에서 현금을 수표로 바꿔 설씨 등에게 전달했는데, 이 가운데 1억4000만원이 1만원짜리 구권화폐였던 것이다.
한국은행은 2007년 1월 화폐 크기와 디자인 등을 변경한 신권을 발행하며, 구권 발행을 중단했다. 따라서 구권은 2008년 2월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이 대통령 부부나 청와대 쪽이 따로 ‘현금’을 쌓아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 부부의 취임 뒤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현금’을 신고한 내역은 전혀 없다. 이 대통령 부부는 2008년 4월 1억7776만원의 예금을 신고했다. 2010년 2~3월 시형씨의 전셋값을 낸 이후인 4월 신고한 예금은 1억8413만원, 2011년 3월 신고한 예금은 4억938만원이다. 나머지 부동산 등의 재산변동 역시 없어, 시형씨가 전셋값 6억4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의문투성이다. 시형씨는 2008년 예금 3652만원을 신고한 뒤 이듬해부터 재산신고를 거부해 왔다.
시형씨는 또 지난해 5월24일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한테서 6억원을 현금으로 직접 빌려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시형씨의 당일 행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돈 역시 이 회장에게 빌려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총 12억4000만원의 출처가 미궁에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부부가 시형씨에게 ‘편법 증여’한 돈이 ㈜다스의 비자금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다스는 2007년 이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있었던 회사로, 다스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2008년 비비케이(BBK) 특검 때 포착됐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한겨레> 8일치 1·4·5면). 전셋값이 구권으로 지급된 점이나, 시형씨가 이 회장한테 받아와서 건넸다고 주장하는 6억원의 일부가 은행 ‘띠지’가 아닌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는 김세욱(58)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앞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장롱에 7억여원을 보관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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