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못했지만 범행명백"…법정 불출석시 궐석재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자행한 극우파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48)씨가 위안부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국내 재판에 회부됐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한 스즈키씨를 직접 조사하지 못했으나 범행 사실이 명백한 만큼 기소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스즈키씨가 재판에도 불응하면 궐석재판 후 실형이 선고될 수 있고, 범죄인 인도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이성희 부장검사)는 일본 강점기에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간 위안부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로 스즈키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또 스즈키씨가 일본에 있는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비에도 '말뚝테러'를 하고 윤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모욕한 데 대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 소환 불응 후 검찰청에도 '말뚝' 보내 = 스즈키씨는 지난해 6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다케시마 말뚝'을 묶었다.
행인들에게는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상은 철거해야 한다. 종군이 아니라 추군(追軍)이다"라고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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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일본정부의 침략행위를 규탄하는 지구촌시민연대' 주최로 '스즈키 노부유키 처벌과 한국송환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자료사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일본에 있는 스즈키씨에게 지난해 9월18일까지 검찰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그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오히려 서울중앙지검에도 '다케시마 말뚝'을 보냈다. 검찰은 말뚝 수령을 거부하고 되돌려보냈다.
◇윤봉길 의사 유족도 즉각 고소 = 스즈키씨의 만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9월22일 블로그에 일본 내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비 앞에 '다케시마 말뚝'을 세우고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윤봉길은 일본군을 향해 폭탄테러를 자행해 체포된 뒤 사형에 처해진 조선인 테러리스트"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윤 의사의 유족 측도 즉시 스즈키씨를 윤 의사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피의자 조사를 하지 못한 검찰은 스즈키씨가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 등을 근거로 혐의 유무를 판단한 뒤 고심 끝에 그를 한국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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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 순국비 옆에 일본어로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라고 쓴 나무말뚝이 박혀 있는 모습. (자료사진)
이 관계자는 "판결까지 나온다면 이런 범죄에 대해 역사적 기록을 남기게 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실형 선고되면 신병인도 절차 착수 = 검찰 소환에 불응한 스즈키씨가 재판에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법원은 피고인 출석요구를 위해 일본에 있는 스즈키씨의 우편물 수령지로 공소장과 소환장을 송달하게 된다.
만약 송달이 되지 않거나 스즈키씨가 이를 수령거부하면 궐석재판이 이뤄지게 된다.
소송촉진특례법상 1심 선고는 공소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안에 해야 하는데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 소재를 확인할 수 없으면 피고인 진술 없이도 재판할 수 있다.
재판 결과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되면 일본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신병 인도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벌금형이 내려지더라도 스즈키씨가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자' 신세가 된다면 한국에 입국하는 즉시 체포돼 노역장에 유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