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경제적 이유
지난 5년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433명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자퇴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스쿨 제도 도입 초창기에는 유명 로스쿨로 ‘갈아 타기’ 위해 자퇴하는 학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변호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자퇴한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상은 로스쿨의 장학금 축소와 변호사 취업난 등과 무관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받은 ‘법학전문대학원별 학업 중단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입학한 전체 1만여명의 로스쿨생 중 4%를 넘는 433명이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고>.
자퇴생이 가장 많은 로스쿨은 부산대와 전남대로 각각 31명이다. 이어 경북대가 28명, 한양대가 23명, 연세대와 충북대가 22명 순이다. 자퇴생 수가 가장 적은 로스쿨은 서울시립대로 6명이다.
법률신문이 전국 주요대학 11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로스쿨생이 학업을 중단한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진로 변경 등 개인 신상의 변화였다. 로스쿨을 ‘갈아 타기’ 위한 자퇴자가 아니라 법조인의 꿈을 아예 접어버리는 ‘법조계 이탈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까지 22명이 학업을 중단한 충북대의 경우 초반 2년을 제외하면 다른 로스쿨 진학을 이유로 자퇴한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모두 개인사정으로 자퇴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업 중단자들은 의대나 약대 등 다른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가 많아 변호사 시험을 포기하고 원래 본업으로 돌아갔다”며 “로스쿨 시행 초기에는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시 입학하기 위해 자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17명이 학업을 중단한 인하대 로스쿨도 같은 사정이다. 2009~2010년 학교를 그만둔 사람들은 대부분 타대학 진학을 목표로 자퇴했지만, 2012~2013년에는 타대학 진학을 목표로 그만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모두 경제적 이유나 원래 직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자퇴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의 유명 로스쿨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5명이 학업을 중단한 고려대 로스쿨이나 11명이 자퇴한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에는 사법연수원 입소나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자퇴한 학생도 있었지만 일반 회사에 취업하거나 유학을 떠나기 위해 자퇴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학업을 그만둔 경우도 있었다. 로스쿨 등록금은 비싸지는 반면 변호사 수입은 낮아지고 있어 이해타산(利害打算)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로스쿨을 떠나는 것이다.
안 의원은 “전반적으로 변호사업계의 밥벌이가 예전같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로 변경을 이유로 한 이탈자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법조인력 양성기관으로서 로스쿨의 역할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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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