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주(16·장안고) 양은 "어른들께 털어놓지 못하는 우리만 아는 고민을 경청해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16·안법고) 군은 "남자아이들은 나약하다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친구에게조차 고민을 잘 털어놓지 못한다"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상에서 친구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선발한 사이버또래상담자다.
홈페이지 상담코너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 '몸풀기' 중인 그들을 최근 전화로 만났다.
조양과 이군은 "상담의 강력한 위력을 알기에 직접 상담자로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조양은 상담에 관한 책을 읽고 가족 간 갈등을 푼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죠. 외로움을 많이 탔어요.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쌓였던 것 같고요."
그때 조양이 만난 것은 상담에세이 '가족의 목소리'였다.
"그 책에서 말했어요.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어린 시절 트라우마라고.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혼자 남은 경험 탓에 부모님과 갈등이 생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를 계기로 조양은 부모 탓으로 여겼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이군도 상담을 통해서 친구들과의 갈등을 해결했었다고 말했다.
"제가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상담을 청했죠. 얘기를 하다 보니 문제를 알겠더라고요. 다소 공격적이고 딱딱한 말버릇 때문에 오해가 생긴 거였어요. 그래서 그걸 고치려고 무지 애를 썼죠."
상담의 '약발'을 잘 아는 터, 본격적인 활동에 앞선 포부가 야무졌다.
조양은 자신의 상담 전략이 '어기역차(어떤 이야기인지 경청한다· 기분을 이해한다·역지사지의 자세를 갖는다·차이를 인정한다)'라며 "진심으로 공감하는 맘으로 임하겠다"고 전했다.
이군은 "피해를 봐도 말 못하는 속사정을 듣고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도록 돕는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한 50명의 사이버또래상담자들은 오는 13일부터 개발원의 청소년 상담 홈페이지(http://www.cyber1388.kr) '나도 상담자' 코너에서 '컴솔리'라는 별명으로 활동에 나선다.
31일까지는 전문상담가의 지도로 상담하고 그 이후에는 자유롭게 활동할 예정이다.
개발원 측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접근이 용이한 사이버 공간이 청소년에게는 그나마 고민을 털어놓기에 부담이 덜한 곳"이라며 "일종의 '특수요원'인 또래상담가들의 활동이 사이버 상담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3천73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왕따'를 비롯한 학교 폭력 피해를 알린 학생의 57.58%가 친구에게 상담을 청했다고 답했다. 성폭력은 67.1%가 친구에게 문제를 알렸다.
그러나 아예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의 25.95%가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성폭력은 전체 피해 경험자의 46.32%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