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체포된 뒤 세 자녀 영문 모른 채 복지시설 수용돼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김모(31)씨는 세 자녀에게 4년 내내 "아빠가 집을 나갔다"고 속인 채 살아왔다.
이 때문에 김씨의 세 자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의 내연남 정모(39)씨를 의붓아버지 삼아 함께 살아왔다.
21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김씨와 내연남 정씨는 5년 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뒤 급속히 가까워져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김씨는 급기야 정씨와 남편을 살해하기로 공모한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이 김씨가 경찰에서 밝힌 살해 동기였다.
2009년 3월 10일 오전 3시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월세 단칸방에서 김씨의 남편 박모(39)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정씨를 불러들여 세 자녀와 함께 잠을 자던 남편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시신은 방부제 처리를 한 뒤 테이프와 이불로 감싸 박스에 담았다.
김씨는 범행 직후 청주로 이사한 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집을 나갔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속여왔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아이들에게 피살된 아버지를 자신들을 버린 채 집을 나간 '나쁜 아빠'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김씨는 체포된 뒤 "견디기 어려웠다면 차라리 이혼하지 그랬느냐"는 경찰의 질문에는 "아빠 없는 아이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보를 받은 경찰이 긴급체포하기까지 남편의 시신을 다락방에 보관한 채 내연남, 세 자녀와 함께 지내는 '엽기적인 동거'를 4년 동안 계속해왔다.
-
- 내연남과 짜고 남편 살해 4년간 시신유기
-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20일 낮 12시께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인의 내연남에 의해 살해된 박모(사망당시 36)씨의 사체가 발견됐다. 사진은 내연남 정모(39)씨. 2013.2.20 vodcast@yna.co.kr
장애인 남편에게 지급되는 17만여원의 장애 연금도 매달 꼬박꼬박 챙겼다.
세 자녀는 어머니와 정씨가 경찰에 체포된 지난 20일 영문도 모른 채 주민센터 공무원의 도움으로 복지시설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다행히 집 근처에서 놀고 있던 터라 두 사람이 경찰에 긴급체포되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않아 그나마 충격은 덜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주민센터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놀랄까 봐 '엄마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 한동안 집에 올 수 없게 됐다'고 얘기한 뒤 복지시설로 옮겼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둘째(10)와 셋째(9)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큰 애(11)만 집에 데리가 짐을 챙겼다고 한다.
다행히 세 자녀는 수용된 복지시설에서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밥도 잘 먹고 낯선 환경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산하 충북아동전문기관의 한 상담사는 그러나 충격을 받은 뒤 생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아이들이 아직은 실체적 진실을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주변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심리 문제를 잘 보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