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전문가'로 불리는 이광자(65·여) 이화여대 간호학부 교수가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하고 내달 말 정년퇴임 한다.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생명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생명'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힘주어 말했다.
그는 교수에 임용된 1976년부터 한국 최초의 자살위기 전화상담기관인 생명의전화에서 활동해왔다. 전화상담 봉사로 시작하다 3천명 이상의 상담원을 가르쳤고 지금은 자살방지예방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창립에 참여하고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자살과 관련해 연구와 강의·자문을 맡아왔다.
40년에 가까운 자살예방 활동에도 하루 43.6명, 33분에 한 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지난 26일 발생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예고 투신'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지, 생명을 경솔하게 평가하는지 세태를 반영한 사건"이라며 "생명을 퍼포먼스의 소재로 생각하고 이를 방관한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모방자살이나 추종자살 고위험군을 경계해야 한다"며 "한 사람이 자살하면 그의 지인 6명이 심리적으로 강한 자살 충동을 느낀다. 특히 널리 알려진 사람이라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학을 좋아하던 소녀가 간호학의 길로 들어선 것은 고교시절 절친했던 친구의 자살 기도를 겪은 영향이 컸다.
누구보다 밝던 친구가 어느 날 새벽 자살을 기도했다. 친구의 집에서 밤새 함께 시험공부를 하기로 했다가 졸려서 이 교수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던 다음 날이었다.
친구가 가족관계로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안 건 사고 이후였다. 힘들어하는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하던 그는 정신간호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그는 "간호학은 사람의 몸에도 관심을 두지만 사람의 반응, 질병 회복과정, 정신, 문화, 영적인 것까지 돌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교육자로서 이 교수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애정을 표했다. 그는 매학기 자아를 탐색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멘토역할을 해왔다.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자존심은 세지만 자존감은 낮아 방황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후배 교수들에게 '논문 쓰는 기계'가 돼선 안 되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도 요청이 있을 때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살예방과 관련한 강연을 다니는 그는 퇴임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