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민간재단 한국인권재단이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지원하고자 지난해 10월 제정한 이 기금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의 싹을 틔우고 있다.
인권홀씨기금의 전신은 2008년 재단이 제정한 인권홀씨상이다.
제정 당시에는 한 해 1명(또는 단체 1곳)에게 500만원을 지급했으나 인권홀씨기금으로 바뀌고 나서는 연 10명 안팎, 지원금 1천만원까지 지원 폭이 넓어졌다.
다른 단체나 정부 부처는 대부분 기금 수혜자에게 특정 분야의 이력을 요구하지만, 인권홀씨기금은 활동 목적과 계획만 명확하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장의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고 문턱을 낮추고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18일 "단체가 아니라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결과 보고서 증빙 절차 등을 간소화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름에 걸맞게 활동 주제는 소소해 보이지만 재기 넘치는 사업이 많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소모임 '배달의 청춘'은 청소년 배달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 상식 등을 담은 안내서 제작 계획이 채택돼 기금 지원 대상으로 뽑혔다.
소모임 팀장 김광민(33)씨는 "배달은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보수가 높아 남학생들이 많이 선호하지만 업무 강도와 사고 발생률이 높은 편"이라며 "법률 안내서를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교재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 구술자료 영문기록 작업, 성 소수자를 위한 청소년 거리 상담, 학교폭력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밝힌 개인과 단체가 기금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말 '정상 콤플렉스'라는 인권 웹툰을 기획한 청년 인권모임 '두런두런'은 최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16화까지 만화를 연재했다.
한 번도 웹툰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대학생들이 모여 성 소수자와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 등을 소재로 만화를 그렸다. 연재 석 달여 만에 고정 독자를 꽤 확보하고 매번 댓글 수백개가 달릴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두런두런 회원 임수진(25·여)씨는 "모임이 만들어진 지 2년밖에 안 돼 외부에서 사업 자금을 지원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오히려 심리적 지원이 됐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름의 뜻대로 '작은 시도'가 더 많이 일어나 점차 영역을 확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시민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금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