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장소가 국민 편의를 우선으로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 위치를 떠나면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상징성도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에도 청사 이전을 논의했지만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5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중구 무교동 서울시청 인근에 있는 현 청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최근 직원 등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마쳤다. 이전 후보지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확인하기 위한 1차 현장 조사도 완료했다.
인권위는 "청사의 안정성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유휴 청사 발생, 예산상황 등을 고려해 청사 이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이전 후보지는 중구 저동의 남대문세무서 인근 나라키움저동빌딩과 강남구 선릉역 근처 한국정책방송원 건물 등 두 곳이다.
인권위는 이들 건물로 옮길 경우 임차료가 상당히 줄어 경비 운용이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권위가 작년 지출한 임차료는 43억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민 업무가 중심이 되는 인권위 특성상 중요한 요소인 국민 편의를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2년 인권위가 처음 청사를 마련할 때 가장 중시한 것은 '접근성'이었다.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했을 때 서울을 잘 모르는 도서 산간 주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시청이라는 랜드마크와 인접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다른 후보지였던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은 임차료 대비 정보통신 관련 인프라나 시설이 훨씬 좋았지만, 출입 통제가 심하고 경비가 삼엄해 일반인이 쉽게 드나들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현위치에 청사를 정한 것은 주변에 청와대, 서울지방경찰청 등 상당수 진정과 관련된 정부기관이 있고 광화문광장, 시청광장 등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공간이 있어 인권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점에서 현재 거론되는 이전 후보지들은 인권위 청사로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인권위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이 심리적인 장벽이나 불편 없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정된 예산에서 임차료 등 경상비를 줄이고 인권사업 비중을 늘리려면 장기적으로 독립 청사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비용만을 이유로 청사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납득가지 않는다"면서 "청사 위치가 인권 활동의 연장 선상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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