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음악 다음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통일입니다."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평소 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그런 그가 12일 방북길에 오르게 돼 그 배경과 결과에 적지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방북은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제재조치 이후 처음으로 지난 3~7일 조계종 방북단이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두번째이자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라 본격적인 남북 교류 국면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특히 정 감독이 한국 최고의 문화예술계 아이콘 가운데 한명이란 점이 그의 방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통일부는 지휘자로서의 국제적 명망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 그리고 북한 어린이 돕기 콘서트 활동 등을 고려해 그의 이번 방북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에서 지닌 그의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며, 이는 그가 북측과 의미있는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 역시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 역시 그의 이번 방북에 거는 기대가 적지않다고 볼 여지가 많은 셈이다.
그의 방북 및 북측과의 교류의 매개가 음악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통일부가 방북을 승인한 9일에도 정 감독은 "음악은 평화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 세상 무엇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며 음악이 지닌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북 기간 자신을 초청한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 인사와 북한 교향악단 관계자를 만나 북한 어린이 교육 사업과 남북 교향악단의 교환 연주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성사된다면 음악을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사실 정 감독은 이전에도 북한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2006년 평양에서 열리는 '윤이상 평화음악축전 2006'에 참가해 남한 지휘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의 평양윤이상관현악단을 지휘할 계획이었다.
당시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 등을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공연 직전 북한의 핵실험으로 방북이 무산됐다.
그는 이러한 아쉬움을 북한 어린이 돕기 콘서트를 열며 대신했다.
2008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임명된 그는 이듬해 서울시향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를 위한 사랑 나눔 음악회'를 펼쳤다.
당시 공연 수익금은 북한 어린이의 영양 개선 사업에 사용됐다.
그리고 올해, '음악 다음으로 원하는 게 통일'이라는 정 감독은 드디어 평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그는 오는 12일 중국 베이징을 통해 평양을 방문하며 15일 북한을 출국해 베이징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갈 예정이다.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