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인 지홍 스님은 14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무원칙하고 무능한 태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통일을 위한 남북교류라는) 중대사를 아무런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하루 만에 승인에서 불허로, 불허에서 승인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번복하는 처사는 결코 정부가 취해선 안 되는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13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열린 남북 공동법회 하루 전인 12일 방북 불허를 통보한 뒤 2시간 후 입장을 바꿔 방북 승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홍 스님은 "통일부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비슷한 악습을 되풀이해왔다"면서 "이것은 이 정부가 통일과 남북교류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방북승인 기준 명확히 하라'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주최로 열린 '금강산 신계사 낙성 4주년 기념 남북불교도합동법회 방북관련 기자회견'에서 본부장 지홍스님(왼쪽)이 취재진에게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혜일스님. 2011.10.14 doobigi@yna.co.kr |
스님은 특히 "통일부는 한국 불교계 대표종단인 조계종을 상대로 불손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정 행위를 일삼았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이것이 현 정부 출범부터 시작됐던 불교계 경시 태도의 연장선이라면 결과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통일부 장관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민간교류 전면 허용을 요구했다.
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인 혜일 스님은 "개인 대 개인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국가 대 국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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