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타계에 중견작가들은 활발한 활동
2011년 문학계는 거장 박완서 작가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동시에 해외와 영상 분야에서는 새로운 도약의 싹을 틔운 한해였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여자네 집'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박완서 작가의 별세 소식이 벽두부터 전해졌다. 박 작가는 담낭암으로 투병하다가 1월22일 세상을 떠났다.
문학계는 문단의 거목을 잃었지만 신경숙 작가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를 내세워 해외 진출의 새 장을 여는 성과를 거뒀다. 여러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활발하게 재탄생하면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도 받았다.
최인호·이문열·김훈·황석영 등 중진 작가도 잇따라 신작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다만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은 이번에도 수상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안타까운 이별..새로운 발견 = 평생 시대의 아픔과 서민의 애환을 그린 박 작가가 세상을 뜨자 각계에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황석영, 박범신 등 동료 문인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등 정치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영화배우 안성기 씨 등 각계에서 조문 행렬이 밀려들었다.
소설과 에세이 등 고인이 남긴 작품 판매량도 몇 배나 늘었다.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등 주요 잡지는 잇따라 관련 특집을 다뤘고 추모 문집도 발간되는 등 거장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하반기인 9월28일에는 한국 시단의 '큰 어른'인 김규동 시인이 폐렴과 노환으로 별세했다.
모더니즘을 넘어 현실비판적 시로도 이름을 날린 김 시인은 3월에는 거동이 불편한 가운데 구술로 자전에세이 '나는 시인이다'를 완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반면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을 쓴 김애란 작가와 '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는 올해 한국 소설계가 발견한 '미래'다.
김 작가는 첫 장편인 이 작품에서 감각적 글솜씨를 과시하며 20만 부 넘는 판매량을 과시했고, 간호사 출신인 정 작가의 '7년의 밤'은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머물렀다.
◇문학에 움트는 한류의 싹 = '엄마를 부탁해'는 문학에도 한류가 가능하다는 저력을 드러냈다.
4월 영문판이 공식 출간되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국내외에서 '엄마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까지 세계 진출의 문을 두드린 국내 여러 작품이 대중적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대개 출간 자체에 의미를 두는 데 만족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반전인 셈이다.
미국 유명 문학출판사인 크노프는 영문판을 출간하면서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싣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도 두 차례나 소개를 하는 등 현지 언론과 평단에서도 주목했다.
이어 이 책은 출간 하루 만에 미국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순위 100위권에 진입했다. 이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양장본 소설 부문에서는 14위까지 올랐고,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까지 뽑혔다. 번역 판권은 무려 31개국에 팔렸다.
국내 간판 소설가 이문열의 단편 소설 '익명의 섬'은 한국소설로는 처음으로 미국 굴지의 시사교양지인 '뉴요커' 9월12일자에 번역돼 실렸다.
또 김영하·은희경·김연수·박민규·김중혁·한강·하성란 등의 작품도 꾸준히 번역돼 해외에 소개되면서 외국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영화, 드라마로 지평 넓히다 = 베스트셀러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연이어 선을 보이면서 원작 도서도 인기를 끌었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공지영의 원작 소설도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2년 전 출간돼 8월까지 36만 부정도 나갔던 이 소설은 동명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과 맞물리며 순식간에 80만부까지 판매됐다.
김려령의 청소년 소설 '완득이'도 동명 영화가 개봉하면서 일일 판매량이 몇 배씩 껑충 뛰었다. 황선미의 밀리언셀러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도 동명 애니메이션의 흥행과 더불어 판매에 탄력을 얻었다.
또 SBS TV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MBC TV '해를 품은 달'의 원작 소설도 드라마 방영 소식과 함께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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