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난징(南京)대학살의 비극을 생생히 보여주는 난징대학살기념관 벽에는 과거의 일을 잊지 않으면 훗날 본보기가 된다는 뜻의 이 여덟 글자가 새겨져 있다.
주청산(朱成山) 난징대학살기념관장은 지난 21일 기념관을 찾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의 동아시아사 교원 현장 연수단과 만나 "기념관을 관람하면서 이 여덟 글자를 봤을 것"이라면서 "기념관을 세운 목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글자"라고 설명했다.
"난징대학살기념관은 한 권의 역사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과 학살을 잊지 않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진실을 기억하는 교과서입니다."
일본군은 1937년 12월부터 1938년 1월까지 6주 동안 난징에서 어린 아이부터 부녀자, 노인에 이르기까지 3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을 무차별 학살했다. 난징대학살기념관은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후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자 1985년 문을 열었다. 기념관은 학살 희생자들의 유해가 발굴된 자리에 건립됐다.
주 관장은 "기념관 내에서 희생자들의 유골이 세 차례에 걸쳐 발굴됐다"면서 "이 유골들은 역사학적, 고고학적 검증을 거친 증거"라고 말했다.
난징대학살 희생자 수를 축소하거나 학살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 우파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30만 명이라는 숫자는 추측한 숫자가 아니다"면서 "극동국제군사재판, 난징전범재판 등 2개 법정에서 내린 법적인 숫자"라고 반박했다.
그는 "학살 기간에 난징의 3분의 1이 파괴됐고 일본군이 중국 여성을 강간한 사건도 2만여 건에 달한다"면서 "난징대학살은 단순히 30만 명이 살해된 사건이 아니라 학살, 강간, 파괴, 약탈 등 4개 방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징대학살은 중국 민족의 재난이 아니라 인류의 재난"이라고 힘줘 말했다.
난징대학살사연구회 회장, 중국항일전쟁사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는 주 관장은 동북아역사재단, 광주 5·18 기념재단, 제주 4·3 기념관 등 한국의 역사 관련 기관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왔다. 한·중·일 3개국 학자와 교사, 시민단체가 2005년 펴낸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했다.
일본 우파들이 난징대학살을 자행한 일본군 가운데 조선인이 있었다고 주장해 중국 내에서 혐한류(嫌韓流)가 확산됐을 때에는 일본 우파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 관장의 논문은 중국의 저명한 3대 역사잡지에 실렸고 중국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난징대학살을 연구한 주 관장은 "많은 자료를 수집한 결과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 병사 가운데 조선인 병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역사는 이성적으로 봐야 하고 이성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교류가 필요하다"면서 "역사를 교류하면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진실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역사를 가르치는 동시에 평화 교육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난징대학살기념관을 다녀간 방문객은 665만명. 외국인도 92개국에서 찾아왔다.
주 관장은 "기념관을 찾는 일본인은 매년 3만-5만명에 달한다"면서 "기념관을 방문한 일본인 대부분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등 평화적인 목적에서 온다"고 말했다.
일본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일본은 역사를 제대로 보고 과거의 일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징대학살 당시 수많은 중국인을 구한 독일인 요한 라베는 '용서할 수는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군에 의해 몸의 37곳이 칼에 찔린 한 생존자도 '원한을 기억하지 말고 역사를 기억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기념관을 찾은 일본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