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김창열 화백은 작품 200여점을 제주도에 인도하고 제주도는 김 화백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건립키로 서로 약속했다.
김 화백은 인사말을 통해 "제주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격조 있는 문화를 남긴 곳이자 천재화가 이중섭씨가 머물며 작품활동을 한 곳"이라며 제주도의 배려 아래 미술관 설립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북인 평안남도 출신이라) 고향도 없고 영혼을 묻을 땅도 없는데 한국전쟁 때 제주에서 1년 6개월가량 지냈던 기억이 있어 제 마음은 고향을 찾은듯한 느낌"이라며 따뜻한 환대에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환영사에서 "김 화백이 한국전쟁 당시 제주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고 들었는데 이번 작품기증을 통해 60여년 만에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고 반가움을 밝혔다.
우 지사는 "김창열 미술관이 세워지면 이제 파리에 가지 않고도 제주에서 유명한 '물방울 작품'을 만날 수 있다"며 뛰어난 자연환경에 비해 문화콘텐츠가 빈약하다는 평을 들어온 제주의 문화적 품격이 한층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뒤 우 지사는 김 화백에게 제주 석공예 명장인 장공익 옹의 돌하르방을 기념품으로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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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열 화백 작품 기증 협약식 열려
-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일 오전 제주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김창열 화백 작품 기증 협약식'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김창열 화백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5.20. <<지방기사 참고>> bjc@yna.co.kr
이날 협약식에서는 물방울 작품 가운데 300호 크기의 대작 1점이 제주도에 전달됐으며 수일 내로 10여점이 추가 전달돼 제주도립미술관에 임시 보관된다. 나머지 작품은 착공식 때 전달된다.
앞서 지난달 16일 김 화백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자신의 미술관을 건립한다면 작품 200여점을 기증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이에 제주도는 90여억 원을 투입, 1만㎡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 건축면적 1천300㎡ 규모로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내년 상반기께 착공할 계획이다.
평안남도 맹산 출신인 김 화백은 서울대 미대에서 공부한 뒤 뉴욕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1969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정착했다.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서 처음 '물방울'이 등장한 작품을 선보인 이래 40여년간 한결같이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영롱한 물방울이 천자문을 배경으로 맺혀 있는 그림으로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했으며, 그의 작품은 각종 아트페어나 경매에서 생존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가로 판매되는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996년 프랑스 최고의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4년 프랑스 국립 주드폼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어 세계적 현대 미술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