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서 한국전 포럼후 연합뉴스와 인터뷰
"게릴라(빨치산)를 쫓은 일본군 협력자를 처단하는 것이 김일성이 남침을 감행한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브루스 커밍스(69) 미국 시카고대학 석좌교수는 25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니버시티클럽에서 열린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기념포럼'에 참석한 후 연합뉴스에 "한국전쟁의 기원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이같이 밝혔다.
6·25 전쟁 원인 분석과 관련해 관심을 끌어온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며 "(해방 후) 한국이 둘로 나눠지고 2개의 다른 정부가 나타나면서부터 본격 전개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한국을 둘로 나누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6·25 발발 20여년 전인 1930년대에 있었던 충돌도 얽혀 있다. 김일성 등 북한 게릴라와 게릴라를 쫓던 일본군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라면서 "남침을 감행한 것은 김일성이 남측 경찰과 군에 있는 과거 일본군 협력자를 제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은 20여 년에 걸친 오랜 기원을 가진다. 내전이 일방의 침략 감행으로 시작됐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전쟁과 유사한 내전으로 평가하는) 베트남 전쟁이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남북 분단에 큰 역할을 했고 옛 소련과 중공이 남침에 적극 개입한 사실도 입증된 상황에서 한국전쟁을 여전히 내전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커밍스 교수는 "내적인 갈등과 문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한국전쟁은 내전으로 시작돼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이 각각 편을 들면서 국제전으로 확산됐다"며 "1945년부터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를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전 보다) 더 크게 국제전 양상으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유사점을 강조하면서 "모두 반식민지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인 김일성과 호찌민에 의해 표면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미국에 반공 열풍을 불러온) 매카시즘 시대(McCarthy Era)에 일어나 억제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이 됐고 반면 베트남전쟁은 미국이 시민권리(civil rights)를 위해 싸우던 시기였고 TV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방송됐다고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남북통일 방법론과 관련해 "통일을 위한 첫단계는 화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모범답안으로 제시하면서 "통일 논의는 20~30년쯤 뒤 미래로 미뤄놓고 이번 세대에는 우선 화해를 실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이 북한에 비해 힘이 더 많지만 통일을 강요하려 들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무조건 저항할 것"이라며 "통일이 된다 해도 북한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만간 통일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해도 평화협정 체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1990년대에 거의 성사되지 않았었나"라며 "정전보다 평화협정이 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