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는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를 손상하는 내용의 방송을 금지하고, 사실이나 위인을 객관적 근거 없이 왜곡하거나 조롱·희화화해 폄훼하는 방송을 제한하기 위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민족의 존엄성' 관련 심의기준(제25조의 2)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이는 최근 종편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는 등 역사 왜곡 방송 논란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규제할 구체적인 심의 조항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지난 6월 심의위는 '객관성' 등 조항을 근거로 5·18 왜곡 방송을 내보낸 TV조선과 채널A에 중징계를 의결했다.
심의위는 또 방송·선거방송·통신·광고 심의기준을 대폭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최근 입안예고했다. 각계 의견수렴과 다음 달 중순 공청회 등을 거쳐 개선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내년 1월 시행할 예정이다.
심의위는 헌법의 가치인 민주질서에 배치되는 내용의 방송을 규제하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관련 심의기준도 신설한다.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과 남북한 통일·문화교류를 저해하는 내용의 방송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유명인의 자살에 관한 방송이 일반인의 모방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살 묘사 방송에 관한 심의기준도 강화한다. 자살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미화·정당화를 금지하고, 정당한 근거 없이 자살 동기를 판단하거나, 자살자와 유족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생긴다.
금융·부동산 등 투자자문 방송의 경우, 방송 내용이 시청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고 주가조작 등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자문자와 자문내용이 정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자문자와 자문내용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이를 명확히 밝히도록 할 방침이다.
방송 내용상 광고효과에 관한 심의기준도 명확화 세부화한다. 현 규정에는 '프로그램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면 안 되고, 특정 상품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하면 안 된다'는 정도로만 기술돼 있다.
앞으로는 구체적으로 소개·부각해서는 안 되는 대상을 '상품·서비스·기업·영업장소 등이나 이와 관련된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으로 구체화하고, 상품 등의 상호·효능·기능 등을 자막·음성으로 언급하거나 이를 일부 변경해서 부각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 상품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시연하거나, 사용을 권장·조장하고, 단순 노출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상품을 부각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심의위는 심의대상 방송의 시효를 6개월로 규정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방송 후 6개월이 지난 방송은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역사 왜곡 방송 등은 예외로 뒀다.
홈쇼핑이나 광고 등 상품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최고' 등 최상급 표현 사용하는 경우의 심의기준도 강화한다. 최상급 표현은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될 수 있어야 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을 근거로 최상급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
또 판매방송 등에 모델로 출연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과도한 노출 복장과 선정적인 연출을 금지하는 조항도 마련한다.
심의위는 사투리가 무형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고려해 방송에서의 사투리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심의기준에서 규정한 방송언어는 '표준어'이지만, 개정안에서는 '불가피하게 사투리를 사용할 때는 특정 지역·인물을 희화화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된다. 즉 특정 지역의 사투리가 조폭 용어로 사용되는 등의 내용이 방송돼 논란이 된다면 이는 심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도 개정한다. 선거 당일 방송에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방송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 당일에는 투표율·투표 참여 독려·선거 관련 사건사고 등만을 방송할 수 있고, 그 외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다룰 수 없도록 했다.
또 시사정보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자가 선거 관련 내용을 방송하면서 객관적 근거 없이 특정 정당·후보자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조항을 설치하기로 했다.
심의위는 선거방송심의에 대해서도 재심 제도를 운용하기로 하고, 제재 명령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심의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통신심의와 관련, 심의위는 심의규정 적용 범위에 '국외에서 제공되는 정보라도 국내에서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경우'를 추가하고, 유통해서는 안 되는 정보에 '국가기밀 누설하는 내용'과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또 아동·청소년은 물론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을 성적 유희 대상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내용의 유통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