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교수는 이날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열린 '문화의 안과 밖' 3번째 강연에서 '학문의 중립성과 참여'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지식인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찰자이자 심판관이 적절한 역할이자 위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 현실의 정당정치 과정, 그와 연결된 사회운동 등 3개 영역에서 학자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만큼 학자들의 정치 참여는 책임을 수반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학자들이 현실정치,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 등 공적 영역에서 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며 "학문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지만 정치학을 수단으로 정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당정치가 분단체제하에서 이념적으로 양극화됐고,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정부를 관리·운영할 권한을 위임받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학자들의 현실 참여는 정치권력과 이념으로 양극화된 어느 한 쪽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현실정치와 정책이 요구하는 지적·정책적 작업에 참여하는 정책 전문가나 현실정치의 전략·전술 전문가 중 하나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학자들의 정치 참여 현실을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최 교수는 "학자들의 현실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학자가 꼭 현실 참여를 통해서만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며 학문 연구에 전념하면서도 공익에 얼마든지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학자들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깊이 탐구하지 않는 등 소명의식과 책임윤리를 결여한 채 가치와 신념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공익에 해가 되는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60~1970년대 미국 진보 사회학계의 대표 학자였던 C.라이트 밀스를 언급하면서 "그가 현실정치와 일반 독자,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는 어떤 운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책과 논문으로만 학문적 결과를 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과학계에 대해 "어떤 가치나 규범, 이념을 추구하는 열정은 강하지만 사실적 진실을 추구하는 열정이 약하다는 학문적·지적 전통이 있다"며 "경험적 사실 추구에 기초해 진실을 탐구하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자신이 현실정치에 관여한 경험에 대해선 "개인적 인간관계나 정치적 문제 등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거기에서 내가 한 역할이란 크지 않다"며 "별로 남는 게 없었고 차라리 그 시간에 학교에서 더 열심히 연구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작년에는 한때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