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은 오는 4월 16~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핀란드 출신 안무가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이 안무한 '회오리'(Vortex)를 무대에 올린다.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기량이나 정신, 노력은 세계 최고"라며 "국립무용단이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그러려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세계인과 소통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런 모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안무가 사리넨은 핀란드 국립 오페라 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으로 일본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 부토를 연구했고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자연주의'라는 독특한 춤 철학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사리넨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고 관객에 더 다가갈 수 있으며 무용에 더 큰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일하게 된 한국 무용수들에 대해 "처음 만났을 때 움직임의 디테일이 살아있고 상당히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 25명을 선발했는데 인턴 단원인 박혜지에게 주요 역할을 맡기는 파격적인 캐스팅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사리넨은 "보이는 기량보다 무용수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잠재력을 주로 보는 편"이라며 "경험 많은 숙련된 무용수들과의 작업도 좋아하지만 젊은 영혼을 가진 무용수들과의 작업도 즐긴다"고 설명했다.
'회오리'는 음악, 조명, 무대, 의상 등 작품을 구성하는 각 요소가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음악가로도 유명한 작곡가 장영규를 리더로 가야금, 해금, 타악, 피리, 판소리 등으로 구성된 음악그룹 '비빙'이 라이브 연주로 참여한다.
의상 디자이너 에리카 투루넨은 한복과 한국의 부채에서 영감을 얻어 의상을 제작했는데 부채를 연상시키는 주름 잡힌 날개를 의상에 달고 여기에 마이크를 숨겨 무용수가 움직일 때 나는 바람 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지게 했다.
조명과 무대 디자인을 담당한 미키 쿤투는 무대 바닥을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 다른 공연과의 차별화를 시도했고 음악을 담당하는 연주자들도 무대 위에 설치된 단에서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 내내 무대를 지키도록 했다.
국립무용단 부수석 최진욱은 "협업은 위험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사리넨의 안무는 정서적으로도 우리와 잘 맞는 작품"이라며 "예전부터 계속 함께 작업해온 것 같은 느낌이어서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립무용단 '회오리'(Vortex) = 4월 16~19일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람료 2만~7만원.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