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내달 첫선을 보이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이렇게 설명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 달 11일부터 7월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오르는 이번 작품은 '변강쇠전'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변강쇠전'은 '춘향가', '심청가' 등과 함께 판소리 여섯 바탕의 하나이지만 변강쇠와 옹녀가 서로의 성기를 묘사한 '기물가(己物歌)' 등이 외설적이라고 인식돼 점차 외면을 받았고 '음란물'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작품은 '색골 변강쇠 이야기'와 거리를 두면서 변강쇠와 함께 '색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옹녀'를 자기 본능과 삶에 충실한 한 인간으로 그리며 변강쇠전의 '진짜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연출은 "변강쇠전의 기물가는 굉장히 야할 것 같지만 결국 끝은 '세간살이 걱정없네', '제사상 걱정없네' 등 삶의 밑천에 대한 이야기로 승화돼 오히려 전혀 외설적이지 않고 격조 있게 느껴졌다"며 "거기에는 우리 시대의 말초적 사랑과는 다른 휴머니티와 훈훈한 사랑이 숨겨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작창과 작곡을 맡은 한승석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변강쇠전을 훨씬 뛰어넘어 조선의 역사와 여인들의 아픔, 여성성의 구현 같은 부분을 요소요소에 해학적으로 풀어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변강쇠전'에 씐 외설이라는 굴레를 벗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람연령을 성인으로 제한하면서 '최초의 18금(禁)' 창극을 표방하고 있다.
김 예술감독은 "좀 야한 얘기도 해학적으로 풀면 감동을 줄 수 있다"며 "'18금'이라고 했지만 가족이 다 보셔도 되지 않을까, 일단 18세 이상이 보고 나서 괜찮으면 16세로 낮춰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품을 표방한 만큼 공연 기간도 길다.
총 26일에 걸쳐, 23회로 국립극단 역사상 최장 공연이다. 이전에는 많은 제작비를 들인 작품도 길어야 사흘 동안 3∼5회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장화홍련', '배비장전', '서편제' 등 앞서 국립창극단이 새롭게 시도한 작품들이 잇따라 성공하자 또 한 번 도전에 나선 것이다.
김 예술감독은 "점점 관객이 많아지고 창극뿐 아니라 연극 등의 관객들이 폭넓게 오면서 이번 작품이 재미있다고 하면 우리도 뮤지컬처럼 장기공연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정표를 세워보자는 각오로 감히 시험대에 올려봤다"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2만∼5만원. 문의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