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민예의 연극 '오늘, 식민지로 살다'는 이런 불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식민지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한국인들이 언어와 문화는 물론 심지어 이름까지 잃어버린 채 일본인으로 사는 상황을 가정했다.
배경은 한일 강제병합 100여년이 지난 2014년 경성부(京城府, 일제 강점기 서울의 명칭)다. 경성제국대학 교수로 식민지 조선반도의 역사·문화를 연구하는 야스다와 그를 조사하는 사상범죄 담당 형사 노다가 등장한다. 학술세미나 참석차 일본에 간 야스다가 조선 역사와 언어에 관한 책을 입수해 경성으로 갖고 오다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조선인의 이름을 잃어버린 '반도인'(일제가 식민지 조선인을 부르던 명칭)이지만 식민지 현실에 대한 관점은 서로 판이하다. 조선의 역사와 언어를 배워 독립을 추구해야 한다는 야스다와 '식민지 현실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강조하는 노다는 경찰서 조사실에서 서로 치열한 정체성 싸움을 벌인다.
지난해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받은 연극이다. 야스다 역에 이윤건, 노다 역에 하성민이 출연한다. 김성환이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10월2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전석 2만원. ☎ 02-744-0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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