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이 지난해 11월 태풍 피해를 본 필리핀에서 우리 아라우 부대의 활동상을 본 일이 있는데 당시 경험이 동명부대 방문의 계기가 됐다.
자승 스님은 당시 아라우부대가 조계종 복지재단인 아름다운동행과 함께 필리핀에 초·중·고등학교를 재건하는 모습을 보고 해외에서 활동 중인 다른 부대의 활동상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고 소개했다.
2007년 처음 파병돼 올해로 파병 8주년을 맞은 동명부대는 우리나라의 유엔파병부대 중 유일한 전투부대다. 현재 함남규 대령(육사 45기)의 지휘 아래 15진이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4월 16진 파견을 앞두고 있다.
군종교구장인 정우 스님과 문화사업단장인 진화 스님, 육군사관학교 군종실장인 함현준 법사(중령) 등과 함께 동명부대를 찾은 자승 스님은 "레바논인들이 파견된 다른 외국군보다 한국군을 선호하는 것은 동명부대가 충분히 현지 주민들과 교감하고 8년 동안 진심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격려했다.

자승 스님 일행은 이어 동명부대가 책임지는 현지 마을 5곳 중 한 곳인 부르글리야 마을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찾아 현지 이슬람 수니파 최고 지도자인 미드라르 합발, 부르글리야 시의 갈립 엘 다우드 시장과 종교와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승 스님은 이 자리에서 부르글리야시가 그동안 무단으로 시신 매장지로 사용해 왔던 토지 매입을 위해 동명부대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우 스님과 함께 토지 매입 비용의 절반인 4천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계종 방문단은 이어 부르글리야 시청을 찾아 부르글리야 지역의 여러 종교인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부르글리야시의 다수파인 이슬람 수니파 최고지도자(무프티) 뿐만 아니라 시아파 성직자, 마론파 가톨릭(레바논의 가톨릭 종파) 대주교, 정교회 대주교 등 다양한 종교지도자와 압둘 무센 알 후세이니 티르연합시장(티르 지역 73개 시장의 대표자)이 참석했다.
알 후세이니 시장은 "동명부대가 티르 지역의 어떤 어려움에도 귀 기울여주고 최선을 다해줘 늘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모든 동명부대원은 우리 가족과 같다"고 동명부대 활동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저녁 동명부대 내 법당인 동명호국사에서는 동명부대원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법회를 열었다.
법회에는 동명부대원 외에도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스리랑카 부대원이 들이 참석해 세계 평화와 레바논의 안정을 염원했다.
자승 스님은 법회에서 "최근 극단적 종교 정치적 성향이 있는 단체에 의해 세계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대화와 화합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곳에 자랑스러운 동명부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자비의 정신으로 남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어려움을 잘 살펴봐 주길 바란다"라면서 "그 이해가 바로 이곳 중동에 또 다른 평화의 꽃씨를 남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