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30일까지 이 대학 박물관 1, 2층 전관을 통째로 채우게 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보 107호인 '백자철화 포도문 호'와 보물 644호인 '백자청화 송죽인물문 호'를 비롯한 박물관 자체 소장품을 필두로 가회민화박물관, 고려대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지에서 빌린 관련 유물이 대거 선보인다.
장남원 관장은 "우리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가 도자이며 그 가운데 조선백자는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면서 "단일 백자 전시로는 아마 국내 최대 규모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조선백자의 흐름이나 특징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소개한다.
우선 '조선왕실과 백자' 코너에서는 조선 초부터 말까지 관요 백자를 중심으로 제작된 의례용 기물이나 연향용 용준(龍樽), 왕실용 명문 백자를 모은다. 이어 출생과 죽음을 함께하는 의례기로 제작된 태호(胎壺)나 제기, 고족(高足)접시, 명기(明器)와 묘지(墓誌) 등을 전시하는 '백자에 담긴 출생과 죽음' 코너를 마련한다.
백자 태호(白磁胎壺) 중에는 "황명(皇明) 성화(成化) 17년(1481) 신축 3월11일 생인 왕녀 아기씨 태를 성화 17년 7월24일 정시(丁時)에 묻다"(皇明成化十七年辛丑三月十一日生王女阿只氏胎成化十七年七月二十四日丁時藏)라는 글자를 새긴 태지석(胎誌石)과 함께 발견된 유물이 선보인다.
이 태호는 내호(內壺)와 외호(外壺) 모두 어깨 부분에 4개 고리가 달리고 뚜껑에는 보주형 손잡이가 달렸으며, 밑에도 4개 구멍이 있어 항아리와 뚜껑을 한데 묶어 땅에 묻었다는 추정을 하게 한다.
이 태항아리는 조선시대 태항아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나아가 이번 특별전에서는 성리학적 이념을 실천한 문인들의 가치관과 미감을 맛보도록 '문인문화의 유행'을 따로 꾸렸고, 장수와 행복을 추구하는 다양한 길상문(吉祥文)을 넣은 백자들을 위한 '무늬로 보는 상징과 의미' 섹션도 둔다.
중앙정부에서 운영한 관요(官窯) 말고도 지역 특색을 반영한 '지방백자' 코너도 꾸민다.
전시기법에서도 특색을 추구해 국보인 '백자철화 포도문 호(白磁鐵畵葡萄文壺)'는 따로 1개 전시실에 단독으로 전시하는 파격을 시도한다.
18세기 작품으로 높이 53.3㎝에 달하는 이 백자는 부수적인 장식 문양을 생략하고 기면(器面) 전체를 화폭 삼아 넓은 이파리들과 그 사이로 뻗어 내린 포도넝쿨을 그린 대형 항아리다. 그 그림은 붓놀림이 자유자재롭고 철사(鐵砂) 안료에 농담을 주면서 그림을 그려 마치 한 폭 묵포도도(墨葡萄圖)를 연상케 한다.
승정원일기 현종 14년(1673) 조 기록을 보면 산화철은 본래 붉은색이고 구우면 검어지는데 간혹 누렇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장 관장은 "이는 철화백자가 색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라면서 "그러나 이 항아리에 그린 포도 그림은 그러한 발색의 어려움을 농담의 표현으로 활용해 자연스러운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오히려 뛰어난 제작 솜씨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람시간은 매주 월~토 오전 9시30분~오후 5시이며 일요일과 공휴일, 그리고 8월 1·31일은 휴관한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오후 7시까지 관람시간을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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