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월 서울 영등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생후 5개월된 K양이 매트리스 바닥에 엎드려 자다 숨졌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으로 단정할 뚜렷한 이상 소견이 없어 영아급사증후군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K양 부모는 "부주의하게 아이를 엎어 재운 채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어린이집 원장을 상대로 2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아이를 엎어 재울 경우 영아급사증후군 사망률이 3배나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감기에 걸린 아이를 엎어 재운 뒤 방 안에 홀로 방치한 점이 인정된다"며 "어린이집 측 책임이 70% 인정되므로 1억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31부는 최근 엎드려 재운 것 만으로 어린이집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결론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먼저 "미국 소아과 학회는 영아를 엎어 재우면 영아급사증후군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며 12개월이 될 때까지 눕혀 재우도록 권장하고 특히 생후 6개월 이전에는 반드시 눕혀 재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어린이집이 영아를 엎어 재울 때 방치하지 말고 잘 관찰하며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K양의 사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영아급사증후군으로 인한 것"이라며 "영아를 엎어 재울 때 눕혀 재우는 것보다 영아급사증후군으로 숨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어린이집이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아 K군이 숨졌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어린이집의 주의의무와 K양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한편 이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2010년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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