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던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로 변신한 30대 여성이 법조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부한 책을 썼다.
'젊은 변호사의 고백' 출간을 앞둔 참여연대 김남희(34ㆍ사법연수원 32기) 간사는 6일 "나는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활동가이자 여전히 변호사 자격증을 지닌 법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영외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2003년 대형 법무법인에 입사해 2011년 1월까지 변호사로 일하다 사표를 냈다. 시민 권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 그해 8월부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내가 본 법조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법조인들에 대한 국민의 오해도 풀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상당수 법조인은 인간적으로는 매우 성실하고 존경할 만한 사회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법조계 불신이 불거지는 것은 법조인들이 부패해서라기보다는 국민이 어려운 법적 쟁점을 오해한 경우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동시에 김씨는 "법조계가 학벌, 혈연 등으로 묶인 폐쇄적 집단이어서 동질성이 지나치게 강해 내부 비위에 관대한 구조는 심각한 한계"라고 강조했다.
또 "우월한 사회적 지위에서 내려와 본 적이 없어 엘리트 의식이 매우 강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마음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책에는 김씨가 사법연수원생 시절 만난 한 부장판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두고 "그 친구 연수원 성적도 그저 그랬고 별 볼일 없었다"며 불편해한 일 등 법조인의 우월의식이 드러난 경험담도 여럿 소개된다.
그는 "법률 지식이나 아무 배경도 없는 평범한 서민이 민·형사사건 당사자가 됐을 때 만나는 사람은 불친절하고 설명에 인색한 변호사, 권력에 휘둘리는 검사, 권위적일 뿐 아니라 너무나 바쁜 판사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도가니' '부러진 화살' '추적자' 등 법조계의 어두운 면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법조인들이 평소 국민에게 보인 이 같은 모습 때문이라는 것이 김씨의 견해다.
김씨는 "한 번이라도 형사사건 당사자가 되어 본 내 주변의 매우 평범한 시민들이 '판·검사·변호사 모두 못 믿겠다'고 입을 모으는 것을 듣고 놀랐다"며 "'국민은 무지몽매하다'는 대다수 법조인의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