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혐의로 구속기소돼 3개월가량 갇혀 있던 A씨는 작년 9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은 일단 풀어준 뒤 앞으로 2년 동안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지 않으면 수감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교도관 B씨가 석방 절차를 밟기 직전 A씨의 양손에 수갑을 채워 문제가 불거졌다.
B씨가 A씨를 형사법정 대기실로 데려가 수갑을 채우자 A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왜 수갑을 채우느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B씨는 "인적사항 확인 절차가 남아있다"며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A씨를 법원 내 구치감으로 데려갔다.
A씨는 교도관 B씨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가 자신을 불법 체포해 구치감에 약 10분 동안 감금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형사소송법은 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되면 구속영장의 효력이 없어진다고 규정한다.
또 법무부 훈령은 집행유예를 받은 수용자에게 수갑 등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석방 절차를 밟기 위해 피고인을 이동시킬 때 잠시 수갑을 채우는 것이 위법한지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법적 판단이 나와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단독 김룡 판사는 이 사건 소송에서 "국가는 A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판사는 교도관 B씨가 고의나 중과실로 법을 어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김 판사는 "법원 구치감에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불법 구금됐다거나 석방 절차가 위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모든 석방 대상자에게 일률적으로 수갑을 채우는 것은 어떤 합리적 근거도 찾기 어렵다"며 B씨 잘못을 지적했다.
김 판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수갑을 채우는 쪽으로 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