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45초’ 영상이 밝히는 진실
28일 목포해양경찰은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구조 상황이 담긴 9분 45초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중간 중간 끊기는 현상은 “편집이 아닌 각기 짧게 찍힌 영상을 이은 것”이라고 해경은 설명했다.
동영상 속 세월호는 점점 기울어가고 있다. 세월호에 막 당도한 해경들은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단정을 계류하고 있다. 한 해경은 기울어진 선박 위로 올라가 구명벌을 띄우는 데 정신이 없다. 이형래 경사다. 오전 9시 35분, 그 옆에선 제 몸 챙기기 바쁜 한 남성이 가장 먼저 허겁지겁 탈출하고 있다. 바지를 입지 않은 속옷 차림의 남성이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무사히 구조됐다. 이 남성은 이미 얼굴이 공개된 바,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다. 선박에는 500여 명이 탑승한 여객선치고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도 나머지 승객들이 선박에 나오지 않은 점이 의아스럽다. 영상이 공개됨과 동시에 이준석 선장의 의심된 자질이 더욱 각인의 눈에 박혔다.
▲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했던 목포해경 123정 김경일 정장이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에서 구조 당시 사용했던 망치와 도끼를 보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
◆해경 초동대처 제대로 했나
이날 해경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초 구조 상황을 설명했다.
김경일 목포해양경찰서 123경비정 정장은 “오전 8시 57~58분 사이에 상황실로부터 승선원 400~500명이 탄 세월호가 침몰됐다는 사고를 접수받았다. 전속으로 사고해점에 오전 9시 30분쯤 도착했다”고 말했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오전 9시부터 2분간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자, 어선 주파수를 이용해 주위 어선들에게 구조작업에 총 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승조원 14명이 탄 해경 단정은 9시 30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김 정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헬기 2대와 구명벌 하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도착과 동시에 단정을 내리고 함내 경보를 이용해서 9시 30~35분까지 5분간 ‘승객 총원 퇴선하라. 바다에 뛰어내려라’는 대공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김 정장은 “방송을 한 후 한 3~4분 후에 좌현 함미 쪽에 사람이 보여서 저희 단정이 최초로 가서 먼저 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내 객실에 있던 사람들이 이 확성기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 28일 목포해경 소속 123경비정 한 직원이 휴대전화로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을 찍은 9분 45초가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해경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 동영상에 포착됐다. (사진출처: 해경) |
오전 9시 40~50분쯤 주위 어선 30~40척이 와서 구조작업에 동참했다. 해경은 세월호와는 전혀 교신을 하지 못했다고 거듭 못 박았다.
무엇보다 해경이 선내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점은 선박이 급격히 기운 탓이었다. 김 정장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 세월호 각이 50~60도였기 때문에 세월호 현측으로 들어가 버릴 수 있어 계류가 어려웠다. 그래서 (도착한 지) 10분 이상 지난 후 세월호 각이 70~80도 정도 되자 계류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또 선박 내부를 꿰뚫고 있는 승무원이 선박에 남아서 구조작업을 했더라면 더 큰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앞섰다. 이에 대해 해경은 구조한 사람이 승무원인지 승객인지 구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면 잘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번에 30~40명이 한꺼번에 다 내려왔기 때문에 우선 구조가 더 시급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 정장은 “이형래 경사에게 가능하면 조타실에 올라가라고 했는데 그때 경사가 심해서 못 올라가고 밀려내려왔다”며 조타실에 있어야할 승무원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형래 경사는 기울어져 가는 배에 올라타 46개 구명벌 중 힘겹게 두 개를 투하, 하나만 유일하게 펼쳐졌다. 또 그는 선박 안에 있던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망치로 유리창을 깨 6~7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날 구조된 사람은 174명에서 그쳤다. 승선원 총 476명 중 현재까지 구조된 인원수도 변함없이 174명이다.
28일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사고 신고를 접수받은 뒤 초동 대처 부실 의혹이 일자 목포해경 상황실과 전남 소방본부 상황실 등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