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정비 등에 연 1천억 국비 필요"…예산확보 안되면 미봉책에 그쳐
지난해 서울 잠실 석촌지하차도의 거대 동공(洞空·빈 공간)에 이어 올해도 도로함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장기적 관점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잦아진 함몰의 원인으로 수십 년 된 노후 하수관과 지하철공사 등 지반 굴착공사가 늘어난 점을 꼽는다.
굴착공사 때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와 정부 당국의 협의로 예산을 마련, 지하 노후 시설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땜질식 처방'밖에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석촌지하차도 동공
◇ 20년 이상 하수관 73%…잦은 굴착 탓 지하수 유출도
서울시내 도로함몰은 2010년 436건, 2011년 572건, 2012년 691건, 2013년 850건으로 매년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도 779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3천328건의 도로함몰 중 81.4%는 하수관 손상 탓으로 분석됐다.
일본 도쿄도 하수관 손상으로 연 1천 건의 도로함몰이 발생하고 있으며, 하수관 설치 30년 후부터 함몰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의 하수관 역시 설치한 지 20년 이상 된 것이 전체의 73.3%를 차지한다.
이에 시는 2021년까지 5천㎞의 노후 하수관을 특별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지하철 건설 등 지반 굴착공사가 늘어나면서 지하 시설물을 잘못 건드리거나 지하수가 유출되는 사례가 늘었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지하수위는 지역에 따라 최근 1∼2년 새 최대 16.1m 낮아지거나 10.3m 높아지는 등 변동이 심각하다. 특히 지난 13년간 지하철 주변 지하수위는 평균 1.7m 낮아졌다.
시는 지하수 아래 연약지반에서 진행되는 굴착공사장을 전수조사하고, 하루 지하수 배출량이 100t 이상인 시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중앙역 앞 도로함몰
◇ 예산 연 1천억 모자라…"국비 지원 시급"
서울시는 도로함몰지도 제작과 지반탐사 등 자구책을 마련하면서도 결국은 예산 투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도로함몰이 생기기 쉬운 지역과 이미 생겼던 지역 832km를 4년 동안 개선하려면 총 1조원이 들지만 시의 가용 재원은 6천억원 뿐이어서 4천억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안전본부장은 "중앙정부에 4년간 1천억원씩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난해 100억원만 지급되는 등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는 아울러 지하건축물이 급증함에 따라 지하수 정밀 관리를 위해 지하수 영향조사 의무대상에 대형 굴착공사장이 포함되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외에도 첨단 탐사장비를 매번 수입하는 데는 큰 예산이 소요되므로 중앙정부가 나서서 장비 개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제2롯데월드와 강남, 신촌, 도심까지 도로함몰이 생겨 시민이 불안해하는데도 종합적인 대책이 없다. 노후 하수관도 10여 년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인데 그동안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국비 등 장기적인 투자와 철저한 공사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싱크홀'과 도로함몰 구분해야…"지나친 위기조장 경계해야"
서울시는 작년부터 사회 이슈화가 되고 있는 도로 위 구멍들은 '싱크홀'이 아닌 '도로함몰' 또는 '지반침하'로 불러야 한다며 안전대책을 당연히 마련해야 하지만 지나친 위기조장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싱크홀은 석회암 지반이 물과 만나 녹아내리면서 표면부터 지하까지 구멍이 발생하는 자연현상으로, 서울에는 석회암 지대가 거의 없다.
도로 함몰에는 도로침하, 파손, 동공이 속하며, 하수관 노후화나 공사 등에 따른 인공적 발생이란 특징이 있다. 최근 서울 삼성중앙역 앞에서 발생한 구멍은 지반침하, 지난해 석촌지하차도 아래 거대한 구멍은 동공에 속한다.
조 본부장은 "서울지역 도로함몰은 대부분 면적이 1㎡, 깊이가 1m 미만으로 외국의 거대한 싱크홀과는 다르다"며 "싱크홀이란 용어가 시민 불안을 더 키우는 측면이 있어 사용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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