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과 2008년 두 차례 진행됐던 1~2차 개혁 이후 3차 연금개혁이 공론의 장으로 나온 것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의 성패는 보장의 적정성을 높이고 부담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어떻게 조정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할지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연합뉴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국민연금 개혁방향을 모색하는 '소득대체율 상향 vs 유지',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 '연금 운영방식 적립 vs 부과' 등 3꼭지의 기획물을 송고합니다.> "부담 감당 못해" vs "용돈연금 벗어나야"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오수진 전명훈 기자 =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명목 소득대체율'을 얼마만큼 올릴지에 대한 이견에서 시작됐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면서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하기로 합의하자 소득대체율의 상향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적으로 벌어온 소득에 비해 얼마만큼의 연금을 지급받는지를 뜻한다. 연금 가입기간의 소득평균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평균소득'인데, 평균소득에 비한 연금 지급액으로 계산된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월평균소득 200만원이었던 사람'의 소득대체율이다. 가입자들의 소득수준이 고소득-중간소득-저소득 등 제각각이고 가입기간도 평균 25년이니 실질 소득대체율은 이보다 낮은 20%대다.
연금 전문가들은 40%인 현행 명목 소득대체율이 노후 생활을 돕는 데 충분치 않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상향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린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득대체율의 수치에 얽매이기보다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한 보장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보험료율 인상 부담 감당할 수 있겠나"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선 '지금은 적립금을 높일 때가 아니라 적립금 고갈 시점을 늦춰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주장한다.
현행대로라도 2060년에는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고갈될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에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실장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크게 올려야 하는데, 한국현실을 고려하면 맞지 않다"며 소득대체율을 현행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한국의 국민연금은 외국과 비교하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실질 소득대체율이 낮아 보이는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절대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20년 넘게 가입해도 최저생계비 이하의 연금을 받게 되는 구조는 문제"라면서도 "문제는 재정이 감당할 수준이 되겠느냐 하는 것"이라며 소득대체율 유지에 무게를 뒀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은 곧바로 보험료(율) 인상을 동반하는데, 지금 한국에서 보험료 인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하려면 연금에 대한 저항을 감수하고 보험료를 상당히 올리거나, 후세대에 부담이 가중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 작업에서 '2060년 소진'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은 이 상태가 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소진 시점이 2060년으로 변화가 없으니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재정 추계의 진단을 거꾸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용돈연금' 수준 벗어나야…운용방식 바꾸면 지속가능성 해결"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쪽에서는 소득대체율의 상향 조정이 '지나치게 낮은 급여를 정상화하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편다.
문제는 국민연금 적립 기금의 고갈인데, 이는 소득대체율 상향과 별도로 기금 운용 방식을 바꾸거나 적립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방식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국민 일반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1인 최저생계비보다도 못한 50만원 남짓이어서 국민연금이 '용돈연금' 수준으로 전락해 있다"며 "(여야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합의는 공적연금 정상화의 출발점으로서 정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2007년의 연금개혁이 현세대에게 과도한 노인부양의 짐을 지운 것인 만큼 삭감된 연금급여를 다시 50%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대한 연금제도의 부작용을 비판해 온 세계은행조차도 (실질)소득대체율을 40%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평균소득자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5% 수준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연명 중앙대(사회개발대학원장) 교수 역시 "20% 수준의 실질소득대체율은 노후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당연히 명목 소득대체율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과 무관하게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기금의 사이즈를 줄여 2060년 국민연금 기금의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며 "기금의 규모를 계속 키우기만 한다면 나중에 오히려 유동성 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소득대체율 상향은 중·고소득자만 유리…사각지대 해소가 더 중요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급여율(소득대체율) 인상의 혜택이 주로 중간 소득 이상 계층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이 국민연금이 지닌 구조적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불안정한 노동자나 비경제활동 인구는 아예 연금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더라도 짧은 고용 기간 탓에 연금 납부 기간이 짧아 수령액 자체가 작다는 것이다.
만약 소득대체율의 상향 조정으로 보험료율이 오르더라도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장이 부담하고 있어 지역가입자보다 상대적으로 부담 증가가 작은 편이다.
오 운영위원장은 현재 소득 하위 70%에만 주는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고 15만~20만원인 기초연금 급여액을 인상해 사각지대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김진수 교수 역시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저소득자일수록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돼 버린다"며 "이건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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