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수사의뢰서를 제출한 이후 검찰은 국회의장 비서관실ㆍ부속실 압수수색을 비롯해 수차례 강제수단을 동원했으나 안병용(54) 새누리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구속기소한 것을 빼면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사 초기에는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한 인물로 박희태 의장 전 비서 고명진(40)씨를 지목한 데다 안 위원장이 당협 간부를 대상으로 돈 봉투를 살포하려 했다는 복수의 진술이 나와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또 전대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의 회계 책임자로 등재된 국회의장 여비서 함모(38.4급) 보좌관과 캠프 재정ㆍ조직 담당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공보ㆍ메시지 담당 이봉건(50.1급)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을 잇따라 불러 검찰의 칼끝이 서서히 '윗선'을 향하는 듯했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빼고는 관련자들이 대부분 부인으로 일관하자 검찰의 행보가 걸음을 내딛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느려졌다. 윗선을 겨냥하던 칼끝도 현재로선 정지한 느낌이다.
고 의원실 돈 봉투 전달과 안 위원장의 금품 살포 지시 양 갈래 모두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선거사범 수사에서는 당사자가 입을 다물면 사실상 진척이 어렵다는 일반론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시 캠프 상황실장으로 돈 봉투 전달을 지시했다는 인물로 의심을 받는 김효재(60)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심스럽게 됐다.
김 수석이 돈 봉투 반환 직후 고승덕 의원에게 전화를 건 인물로 지목됐고, 안 위원장이 현금 2천만원을 김 수석 책상 위에서 가져왔다는 구의원의 진술이 나왔음에도 그 외에는 혐의를 뒷받침해줄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 수석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 "아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문병욱(60) 라미드그룹 회장이 박희태 후보 측에 거액을 송금한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정당한 변호사 수임료였다는 라미드그룹 측 주장을 사실상 수용했다.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현장의 금품 살포 의혹 수사는 더 갑갑한 상황이다.
검찰은 애초 예비경선이 열렸던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CCTV를 분석한 결과, 부천 원미갑 예비후보 김경협(50)씨를 돈 봉투를 돌린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무혐의 종결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CCTV에서 일부 의심스러운 장면을 추가로 포착했지만 '제2의 김경협' 사건이 될 우려 탓에 행보가 더 조심스럽다.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함에 따라 자칫 이번 사건이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사 관계자는 "정말 힘든 한 달이었다. 이번 사건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