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미영 기자 =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손왕석)는 26일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판결이나 처분을 한 판·검사, 경찰관 등 78명이 직무유기 등을 했다고 '허위' 주장한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75)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씨의 반복되는 고소는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하기는 할지언정 국가형벌권이 잘못 발동되게 할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씨에게 무고의 범의가 있거나 한씨의 고소가 수사권 또는 징계권 발동을 촉구할 정도의 고소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한씨는 다단계 사업체로 인해 85만원의 재산적 피해를 입었고 엘지텔레콤 대표이사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고소했는데 담당검사의 수사지휘서에 첨부된 고소장에서 자신의 고소취지와는 다른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 수사관들을 한씨에게 고소취하를 종용했고 엘지텔레콤 대표이사에 대한 조사 없이 사건을 대전지검으로 이송했기에 법률지식이 없었던 한씨로서는 엘지텔레콤이 재벌 총수이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2003년 12월 오락기 임대사업자금 121만원을 납입하면 수개월 내에 30회에 걸쳐 1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다단계 판매회사 N사 측의 권유로 해당금액을 냈다. N사의 대표이사 최모씨는 이후 C사를 설립, 엘지텔레콤과 무선재판매 사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뒤 N사 회원들에게 휴대폰 단말기를 판매했고 한씨도 N사로부터 부인 명의로 핸드폰을 샀다. 이후 한씨는 N사로부터 2004년 2월부터 4월까지 65만원을 받았으나 같은 달 최씨의 잠적으로 나머지 85만원을 받지 못하자 이듬해 1월 최씨와 엘지텔레콤 대표이사를 사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경찰 측에 고소장과 다른 내용의 고소요지를 요약해 사건을 보냈으며 경찰 측은 한씨에게 고소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엘지텔레콤 대표이사에 대한 조사 없이 대전지검에 이송됐으며 사건은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한씨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했고 처음 사건을 담당했던 남부지검 담당검사를 재차 고소하는 한편, 엘지텔레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으나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한씨가 앙심을 품고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판결이나 처분에 관련된 대법관, 판사, 검사, 검찰 수사관, 경찰관 등 78명을 상대로 직무유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계속해서 고소하면서 괴롭히고 있다"며 2007년 한씨를 기소했다. 한편 최씨는 2004년 12월 N사 회원들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