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52개 재정투입 공약 재원 추계..이달중 조달방안 마련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선 공약의 실행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에 속도를 낼 태세다.
재원 마련 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공약은 의미 없는 `공약(空約)'에 지나지 않는다는 박 당선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이 예상보다 많아 일부 복지공약의 경우 수정ㆍ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투입 사업 대대적 구조조정 예고 = 박 당선인은 공약 실행을 위해 5년간 134조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세출(歲出) 구조조정으로 기재부가 끌어와야 하는 돈은 81조5천억원이다.
인수위는 13일 기재부에 박 당선인의 정책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이도록 주문했다.
류성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는 이날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당선인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경제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한 민생 경제의 활력 회복, 엷어진 중산층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는 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이달 중 박 당선인의 공약 가운데 재정 투입이 필요한 252개 사업에 필요한 재원 규모를 추산, 이를 확보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인수위에 보고한다.
기재부는 우선 각종 사업비가 포함된 `재량지출'을 중점적인 세출 구조조정 대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지출 325조5천억원 가운데 재량지출은 173조5천억원(53.3%)이었다. 재량지출의 비중을 50% 밑으로 낮추면 연간 4조원 이상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유사ㆍ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강화함으로써 재량지출 증가율을 총 지출 증가율의 절반 이하인 2% 안팎으로 묶겠다는 게 기재부의 계획이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지난해 재정 투입으로 추진한 608개 사업을 일제히 점검, 불필요한 예산 지원을 삭감할 방침이다. 이번에 점검하는 사업은 재정사업 평가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가장 많다.
608개 재정 투입 사업을 재검토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공공기관의 부채를 감축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공공기관 방만경영 및 비과세ㆍ공제도 `메스' = 공공기관 재무구조 개선과 비과세ㆍ공제 혜택 축소도 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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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 업무보고 받는 인수위
- (서울 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13.1.13 kane@yna.co.kr
공공기관의 부채가 쌓이면 결국 정부가 이를 보전해야 한다. 이를 잘 관리하면 여윳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인수위와 정부의 공통된 견해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삼청동 금융연수원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공공부문 전체의 종합적인 부채관리가 가능하도록 `공공부문 부채종합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각종 비과세ㆍ공제 혜택을 줄이는 것도 기재부가 마련 중인 재원 확보 방안의 하나다.
기재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조세정의를 확고히 세워 합리적인 조세 수준을 정하기로 한 박 당선인의 공약도 재원 확보를 위한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선인의 공약을 실행하려면 `마른 수건을 짜는' 자세로 지출을 아끼고 또 아껴야 한다"며 "현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필요한 수준에서만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일자리, 생계비, 고령화 등도 과제" = 기재부는 일자리 문제, 생계비 부담, 인구구조 변화(저출산ㆍ고령화) 등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과제라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나서서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학력이나 `스펙'에 좌우되지 않는 `열린 고용'을 선도해야 한다고 기재부는 강조했다. 청년층, 여성, 베이비부머 세대 등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기재부가 내놓은 방안이다.
기재부는 재정건전성 확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세 체계 구축,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강화 등도 당면 과제로 꼽았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주요 20개국(G20) 체제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외부문의 역량 강화도 역설했다고 진 부위원장은 전했다.
이 밖에 산업 생태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창조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도 제시했다.
다만, 현 정부에서 줄줄이 연기된 공공기관 지분 매각에 대해선 인수위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진 부위원장은 선을 그었다.
그는 "그 부분(공공기관 지분 매각)에 대해선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당의 정책위 입장 이야기한 적이 있다"면서도 "인수위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의견을 표시하거나 결정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보고를 받은 인수위원들은 공약 실행 재원 추계, 재원조달 방안, 창조산업 범위의 탄력적 적용 등을 주로 질문하고 공약 이행을 위한 법률 제ㆍ개정 자료와 경기 진단과 관련한 분석 자료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