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에 연 10조원 추가지원 예상…증세 필요성 재론될수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 출범 직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면 2009년 경기부양을 위한 28조4천억원 규모의 '슈퍼 추경' 이후 4년 만이다.
정부가 매년 조달해야 하는 복지 재원이 해마다 최소 27조원 추가되는 데다 지방정부에 대한 보전도 연간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등 나라 살림의 씀씀이가 커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인수위가 지난달 주문한 '공약 소요재원 추계'를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요재원 규모는 박 당선인이 공약집에서 밝힌 연간 27조원(5년간 135조원)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원조달 방식으로 박 당선인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81조5천억원, '세입 확대'로 53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각 정부부처의 세출 구조조정이 예상만큼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세입 확대 방안도 기재부는 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세입 확대를 위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로는 기대만큼 많은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각종 비과세ㆍ감면 폐지는 매우 오래 논의된 문제"라며 "그럼에도 정치적 저항이 커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전날 전국 시도지사 16명을 만나 지방재정난을 호소하는 이들의 요구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점도 중앙정부의 부담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박 당선인에게 제출한 건의사항이 모두 수용되면 정부의 추가 재정부담은 연간 10조원을 넘는다.
일단 취득세 감면 연장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를 메워주는 데 연간 2조9천억원이 든다.
현재 50%인 영유아 무상보육의 국비 비율을 기초생활보장과 비슷한 80%로 올리면 연간 1조8천억원이 더 들어간다.
지방소비세를 5%에서 20%로 확대하면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의 가감을 반영해 연간 5조8천억원이 지방정부로 더 넘어간다.
이들 3가지 항목에 총 10조5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중앙정부가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기재부 안팎에선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재원 마련도 빠듯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에 지원해야 하는 재원까지 겹쳐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정책 효과와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새 정부 출범 직후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4월이나 6월 국회에서 의결되는 시나리오가 유력시된다.
다만, 내년에 간신히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 정부 재정이 다시 당분간 적자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돼 정부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복지재원을 위한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취득세 감면 연장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의 경우 일단 올해는 지방채 발행으로 메우는 방안도 기재부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이자까지 고려해 내년도 예산부터 반영하자는 취지로 해석되나, 그러려면 결국 또 증세 필요성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지방채 발행 여력은 있지만, 투자사업에 발행하는 게 원칙이다"며 "차라리 적자국채 발행이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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