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이 벼랑끝에서 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기류다. 개편안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예비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상황에서 막판 협상 과정에서 총선 부담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13부2처 원안에서 통일부 존치, 국가인권위 독립기구화는 이미 수용키로 방향을 조정한 데 이어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상당부분 존치하는 쪽으로 물러섰다. 대신 대통합민주신당은 당초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 폐지 ‘불가’에서 1개 부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양측은 이날 새로운 안을 내놓고 절충에 나서기보다는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선전전’에 치중했다. 총선 표를 의식한 측면이 다분했다. 신당이 스스로를 ‘야당’으로 자처하며 이명박정부의 ‘견제세력, 대안세력’을 거론하고, 한나라당은 신당을 ‘제1당, 다수당’이라고 강조하며 자신을 ‘소수당’이라고 부른 것이 방증이다.남성들도 ‘외조’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각계 남성 100인 모임의 대표단이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민규기자
나라당은 협상보다는 신당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 차기 정부의 파행 출범이 신당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데 열중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시기,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신당과 협상하겠다”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예의 ‘경제 우선 논리’를 동원해 “외부 경제 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다. 우리도 경기와 물가가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 정부 출범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부 조직 개편이 되지 않아 확실한 미래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당선인측이 협상 와중에 13부의 장관 내정자를 흘린 것도 여차하면 원안대로 가겠다는 시위의 성격이 강하다.
신당도 마찬가지였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인수위는 해방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1주일 만에 처리해 달라’는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 오늘은 현 정부조직법에는 있지도 않는 부처 장관을 내정했다”고 비난했다.
양측의 대치는 당초 데드라인으로 정한 14일 밤에 이르러서야 누그러졌다. 이날 밤 김효석(신당)·안상수(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심야 회동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헤어졌지만, 15일 재차 각자 입장을 정리해 최종협상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양측이 해수부와 여성가족부 존치를 놓고 입장이 엇갈린 때문이지만, 새로운 상황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15일 오전까지 협상을 이어갈 뜻을 전하면서도 안될 경우 원안대로 특임장관 2명을 포함한 15명의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안을 이날 중 제출하는 것으로 배수진을 쳤다. 결과적으로 타협 실패로 파행 내각이 출범하는 상황에 대한 여론 부담이 양측을 움직이는 요소인 셈이다.
〈 최재영·김재중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