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 정상화를 촉구하며 장외투쟁에 돌입한 민주당이 3일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대중집회를 가졌다.
이날 사전집회를 포함해 오후 5시30분부터 7시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보고대회에는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 112명, 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최측 추산 1만5000여명(경찰추산 3000명) 시민들도 참여했다.
이날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특히 김한길 대표는 이날 보고대회 연설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몇 달 동안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며 "그 하나하나가 지난 수십년 간 없었던 헌정파괴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은 이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국민 앞에 천명해야 한다. 사과 할 일이 있으면 국민 앞에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또 "박정희 시대 중앙정보부 정치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독일의 빌리 브란트 전 수상의 말을 인용해 "과거를 연장한다고 해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사전 조율도 의전은 필요없다. 언제 어디서든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엄중한 정국을 풀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정원과 짜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까지 불법적으로 공개하면서 국조 방해하려는 세력들이 누구인가"라며 "지금 이 순간까지 국정조사의 핵심 증인인 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의 증인채택을 거부하면서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바로 새누리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목적은 진실은폐 오직 하나다. 정치공작원으로 전락한 국가정보원을 감싸고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진실은 감추나고 감춰지는게 아니다. 진실을 은폐하려 몸부림치면 칠수록 진실의 실체는 오히려 또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을 향해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정조사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셀프 개혁 지시로 국정원 개혁을 얼버무릴 게 아니라 국정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혁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 원내대표는 아울러 "민주주의 수호는 민생수호의 지름길이자 최후의 파수꾼이다. 민주당은 한손에는 민생, 한손에는 민주주의를 움켜지고 국민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민보고대회에 앞서 열린 사전집회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자유발언을 통해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와 새누리당의 전향저인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강창일 의원은 "독재 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야만적인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며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설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가 국정조사로 인해 드러날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죽도록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이석현 의원은 "이 와중에 휴가가 웬말이냐",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즉각 참여하라", "원판(원세훈·김용판의 줄임말) 나와라. 복제판은 필요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일부 참석자들은 "박근혜 퇴진하라", "박근혜 아웃(OUT)"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며 보고대회 도중 한 시민이 "니네(민주당)가 잘했으면 이런 일 없어"라고 소리치자 주위에 있던 시민들과 엉켜서 싸우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은 7시께 끝난 보고대회 이후 시민단체들 주최로 진행된 국민촛불대회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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