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日우경화 등 대외 현안 해법도 관심
설 연휴 정국구상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께서는 설 연휴에 관저에서 휴식도 하고 올해 여러 가지 국정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조용히 지냈다"고 전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맞는 설 명절이지만 연휴 내내 청와대 안에 머물며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구상을 가다듬는데 전념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설인 지난달 31일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축하 난만 보냈다고 한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이 자신의 62번째 생일이기도 하지만 별다른 자축 행사 없이 관저로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기춘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9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조용한 설 연휴를 보낸 것은 챙겨야 할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먼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실언'으로 성난 민심에 직면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서는 '고강도 처방전'으로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오는 17일 유출 책임이 있는 카드 3사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이날 알려진 것. 카드사에 대한 영업정지는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10년 만이다.
정 총리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개인정보 유출사태뿐만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문제, 전남 여수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 등을 논의한 것은 민심과 직결된 국내 현안들을 발 빠르게 수습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연휴 직후 이어지는 각종 일정을 준비하는데도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3일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주재하는데 이어 4일 국무회의가 잡혀 있고, 5일부터는 정부부처의 신년 업무보고 청취가 시작된다. 박 대통령은 연휴 내내 각 부처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으면서 이들 일정에 대한 꼼꼼한 사전 준비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휴 직후 시작되는 각종 일정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신년구상에서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나 창조경제 실현, 비정상의 정상화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비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설된 정무직 차관급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국가안보실 1차장이나 대변인을 포함한 일부 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 인선 문제도 박 대통령의 연휴 구상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달 이상 공백이 길어지는 이들 자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연휴 이후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인사 문제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대외적으로는 쉽게 풀릴듯하면서도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의 해법에 고심을 거듭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7일 우리 정부의 17∼22일 금강산 상봉행사 제의에 대해 여전히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통일부가 이례적으로 '이산가족 관련 정부 입장'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조속한 답변을 촉구한 점이나 설인 이튿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까지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망향경모제 격려사를 통해 우리 측 제안에 응답할 것을 촉구하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고심이 읽혀진다.
이와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일본의 계속되는 극우 행보 및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응 방안도 박 대통령이 고심하는 현안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