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단계로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2013년 2단계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가 세종시에 자리 잡았고, 지난해말 3단계로 국세청, 법제처 등 5개 부처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세종시 합류로 세종청사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공무원들의 잦은 국회 출장에 따른 문제점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17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만 세종시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서울 출장을 위해 길에 뿌리고 다닌 돈이 75억원을 넘는다. 이 기간 세종시에 위치한 13곳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지출한 출장비용은 총 75억6천926만원이며, 이중 상당 부분이 서울과 과천 청사, 국회 등을 오가는데 지출된 것.
기관별로 보면 국토교통부가 9억7천126만원을 지출해 가장 많았고, 환경부(8억8천815만원), 보건복지부(7억2천985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간 규모로 환산하면 한해 출장 비용만 15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종정부청사 입주 부처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감안하면 출장 비용 액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까지 KTX를 이용해 출장을 가는 공무원도 한 달에 5천명이 넘는다. 코레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세종시의 14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5천37명이 평일 업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 세종시(오송역)에서 서울까지 KTX를 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부터 이용자를 모두 합치면 3만2천96명으로 하루 평균 223명꼴이다. 재작년 1년간 세종시에서 서울로 KTX를 이용한 공무원 수 2만8천807명을 벌써 훌쩍 뛰어넘었다.
장관 보고나 국회 출석, 각종 회의 등의 일정으로 오전 9시 이전에도 서울행 열차를 타는 공무원이 상당수 있으며 세종청사에서 서울청사나 과천청사까지 통근버스도 운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출장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입주 초기인 재작년 1월에는 업무시간에 세종시에서 서울로 이동한 공무원이 1천456명에 불과했지만 약 3.5배로 증가한 것.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후 국장급 간부들에게 가급적 세종시에 머물라고 지시했고 국토교통부는 과장급 직원의 외부회의 참석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국회의 요구에 따라 서울로 향하는 공무원들의 출장행렬은 줄지 않고 있다.
출장이 많아짐에 따라 이 과정에서 공직 기강 해이 문제도 발생,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세종시 공무원들의 경우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필요한 출장인지 데이터를 분석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하는 등 출장 효율성 문제 점검에 착수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원거리 출장에 따른 행정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청사에만 23곳에 화상회의실을 마련했으나 그 이용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세종과 과천청사 간 화상회의 실적은 전무했으며, 서울청사에 대해서만 기관당 월평균 0.8회의 화상회의가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와 세종청사간 화상회의 시스템도 지난해 말 구축됐고, 세종청사에 국회 전용 회의장도 만들었지만 이용률이 저조해 사실상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했다. 국회에 따르면 국회-세종청사간 설치한 화상회의 시스템의 예약 건수는 시범운용을 시작한 지난 2013년 8월말부터 지난 4월말까지 총 41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 비효율성 문제가 끊임없지 제기되자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행정부쪽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제도화되기를 바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해 권선택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등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은 건의문을 통해 국회 분원 ·청와대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최준호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두고 본회의를 제외한 상임위원회 같은 소규모 회의를 열어 '찾아가는 국회'를 구현한다면 업무처리 과정의 비효율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분원 문제는 국회 사무처 태스크 포스팀의 검토 과제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회 기능의 부분 이전을 의미하는 국회 분원 설치에 대해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사무처 모두 미온적이다.
국회 분원 설치 등의 하드웨어적 문제보다는 "근본적으로는 출장보다는 서면보고 등을 적극 추진하도록 해 기존 행정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의사결정을 분권화할 필요가 있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자료 사진 : 화상회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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