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도 생생한 `효순,미선양 사건` 이 있었다
일본어에 `借りを作くる` (카리오 츠쿠루)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빚을 만들다(지다)` 라는 뜻이 되지만 실생활에서는 안좋은 의미로 상대방에게 `약점을 잡혀버리다` 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개인과 개인간의 일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도 풀 수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간의 일이라면, 문제는 달라지죠. 항상 말씀드리는 것처럼, 국제 사회는, 넘어지면 달려와 일으켜 주는 사회가 아닌, `짓 밟고 지갑 빼가는` 곳 이거나, `일으켜 주는 척 하고 한 몫 털어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부산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많은 분들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한국 사람이건, 일본 사람이건, 리비아 어느 사막의 양치는 사람이건, 그 생명은 다 소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고 원인의 철저한 규명, 적절한 보상, 재발 방지책의 연구,실시, 그리고 관리 감독 책임 관청에 대한 문책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 정권의 이 사고에 대한 대처 행태를 보며 암담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사고는 민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사망자가 나온 상대국에 대해, 대통령이, 국무총리가, 장관이 나서서 사죄를 하고, 상대국 수상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내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이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국에서 보면 한 개인이 아닌, 그 나라를 총체적으로 상징하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이 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민간의 사고가 아닌, `한국의 사고` 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러분들 기억에도 생생한 `효순,미선양 사건` 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민간 사건도 아닌, 상대국 군에 의한 사건이었죠. 그렇지만, 그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상대국 대통령이 끝까지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것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결국 사건을 공적(公的) 으로 만들고, 정부 차원의 책임을 져야 하며, 그 다음에 올 자국의 이미지와 국익을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은 민간 사고에 대해 상대국 수상에 대해 `문서`로 까지 `유감`의 뜻을 표명 했습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인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으면 않될 뭔가가 있는 것일까요?
뭐든지 꼼꼼히, 세세한것 까지 문서로 챙겨 놓는 일본 정부가, `그래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감을 표명하니 그냥 넘어가자` 라고 하거나, `거기에 간 우리 일본 사람들이 잘못한 것도 있어...` 라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이번 일도 차곡차곡 챙겨 대 한국 외교에 그들 뜻대로의 좋은 카드로 쓸 것은 외교적으로는 `상식적`인 일입니다. 이 사고가 만일 기업과 기업 또는 개인과 기업 아니면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일어난 일 이라면, risk management 의 관점에서 이번과 같은 대처가 필요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Business Psychology와 Political Psychology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대국적(大局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어느정도 뻔뻔함도 감수해야 하죠. 제가 졸문, 새정부의 일본에 대한 자세, [우치아와세]와 [네마와시] 에서도 많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만, 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렇게 `우려` 대로 가는지, 정말 신기 할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육교위에 돗자리라도 펴야겠습니다...
가벼워서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기분 좋은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내민 손 위로 살포시 내려 앉는 하얀 눈송이. 하지만, 이런 가벼운, 너무도 가벼운 정권은,,,,,.
200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