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 부부폭력 사건은 피해 상황이 심각해도 피해자가 고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경찰관들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태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강사는 12일 '부부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관 인식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대구광역시의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22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이 논문은 치안정책연구소의 논문집 '치안정책연구' 최신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경찰관에게 부부폭력 사건을 처리할 때 13가지의 고려요인을 나열하고 '매우 중요' '중요한 편' '중요하지 않은 편' '중요하지 않음' 등 4점 척도 평가를 한 결과, 평균 점수는 '피해자의 처벌 의지'가 3.50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흉기 사용 여부(3.49), 피해자의 신체적 외상(3.23), 가정폭력의 빈도(3.20), 피해자의 정서적 불안 상태(3.19) 등 순으로 점수가 높게 나왔다.
이는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관들이 가해자의 범행이 잔혹하고 피해 상황이 심각해도 피해자의 형사처벌 의지가 없으면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관들은 '부부폭력 사건 처리는 복잡하다'(82.3%), '다른 사건에 비해 다루기 어렵다'(80.0%)고 답하는 등 부부폭력 사건을 꺼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13개의 고려 요인 중 평점이 가장 낮은 요인은 법률혼 여부, 피해자의 인종 등이었다. 하지만 법률혼 여부나 피해자의 국적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각각 40% 안팎에 달해 차별대우 개연성을 시사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