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수호 '최후의 보루'이자 '시대정신' 표상
'헌법재판 없이 민주주의 없다'
국가의 기본 질서를 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우리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에 관한 분쟁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소가 오는 9월1일 설립 25주년을 맞는다.
헌재는 민주주의와 기본권 보장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담긴 19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쳐 개정된 현행 헌법을 토대로 탄생했다.
헌법 제6장에 헌법재판소 규정이 마련됐고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법이 1998년 8월에 제정, 9월에 시행됐다. 이에 따라 그해 9월15일에는 초대 헌법재판관 9명이 임명됐다.
국가권력 등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헌재는 사법절차에 따라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고 헌법적 가치를 일깨우고 전파하는 기관이다.
사법부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특정 사안에 대한 최종적인 법률적 판단을 내리지만 독립된 헌법기관인 헌재는 정치·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린다.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내려진 헌재 결정은 당시의 '시대정신'을 보여줘 왔다.
◇자유와 평등이 충돌할 때에는 강자가 물러서라 = 헌재는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국가 공권력이나 잘못된 관행을 숱한 위헌 결정으로 바로잡아왔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재임 시절에 자유, 평등과 같은 여러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판단 기준을 소개하면서 "자유와 평등이 평화를 이루지 못할 때는 강자가 먼저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신헌법 시절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 결정을 비롯해 '본인 확인 인터넷 실명제', '정부의 위안부 피해 외교적 방치', 'SNS 선거운동 금지', '미네르바 사건 처벌 전기통신기본법', '외국인 산업연수생 차별' 등도 위헌 결정의 대상이 됐다.
헌재는 2004년에는 법률로 행정부처를 수도 서울에서 충남 일대로 옮기는 '수도 이전' 사건에서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관습헌법'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통신금지 조항', '칸막이 없는 유치장 화장실', '국회의원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배분', '검사의 수사기록 열람 거부', '국회 법률안 날치기 통과', '영화 사전검열', '구속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 제한'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왔던 관행이 행정조치도 위헌을 피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 설립 25주년…역사를 바꾼 결정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가의 기본 질서를 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우리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에 관한 분쟁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소가 오는 9월1일 설립 25주년을 맞는다. 헌재는 민주주의와 기본권 보장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담긴 19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쳐 개정된 현행 헌법을 토대로 탄생했다. 헌법 제6장에 헌법재판소 규정이 마련됐고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법이 1998년 8월에 제정, 9월에 시행됐다. 이에 따라 그해 9월15일에는 초대 헌법재판관 9명이 임명됐다. 사진은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병역법에 합헌 결정은 내린 지난 2011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병역법 제88조는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선고재판이 열리고 있는 장면. 2013.8.25 << 연합뉴스 DB >> uwg806@yna.co.kr photo@yna.co.kr
이밖에 과외를 금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재는 2000년 '자녀 교육은 불가침의 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위헌을 선언했다.
'공무원시험 나이 제한', '동성동본 결혼 금지', '재외국민 선거권 제한', '아버지 성(姓) 따르는 부성주의', '호주제', '보상규정 없는 그린벨트 지정' 등의 사안은 헌법불합치로, '법률 없는 세금, 법률 없는 처벌' 사건은 한정위헌으로 귀결됐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 위헌과 같은 취지이지만 즉시 해당 법률을 무효화하면 입법 미비로 큰 혼란이 야기돼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한정위헌이란 해당 법률의 효력은 그대로 둔 채 특정하게 해석하는 한 위헌임을 선언하는 변형 결정이다.
◇국가 질서·헌법 가치를 수호 = 여러 위헌 결정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것 못지않게 국가의 근본 질서를 굳건히 지키는 합헌 결정도 많았다.
'친일 재산 몰수 규정', '5·18 민주화운동 주모자 처벌',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 등에 대해 합헌 판단이 내려졌다.
과거에는 합헌이었다가 2009년 위헌 결정이 나면서 결국 올해 폐지된 혼인빙자간음죄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부침'을 달리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이밖에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위헌법률 심판, 헌법소원 심판 외에 권한쟁의 심판, 탄핵 심판, 정당해산 심판 등의 권한도 갖고 있다.
헌재는 출범 25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결정 가운데 '주요 결정 10선(選)'을 뽑아 발표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zoo@yna.co.kr
201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