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회의 개막…사법의 현재와 미래 논의
`사법분야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로 불리는 제14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12일 오후 7시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닷새 동안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아태 대법원장 회의가 열리는 것은 12년 전인 1999년 제8차 회의 이후 두 번째다. `21세기 사법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아태지역 대법원장 30명을 포함해 33개국에서 100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진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13일 개회식 직후 `사법에 있어서 정보기술의 활용'을 주제로 열리는 첫 세션에 직접 발표자로 나서 지난해 특허소송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 전자소송 등 우리 사법부의 앞선 정보화 수준을 각국에 알릴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사법부 수장 중에는 눈길을 끄는 인사들도 많다. 우선 중국, 홍콩, 마카오의 사법부 수장이 모두 참석한다.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각각 영국식과 포르투갈식 사법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이들 세 명의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중국 내에서도 드문 일이다. 지난 1989년 러시아 연방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뱌체슬라프 레베데프 대법원장은 1999년 서울 회의에도 대법원장으로서 참가한 바 있다. 뉴질랜드의 시안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1999년 회의에는 대표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으나 이번에는 대법원장 자격으로 왔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이번 회의 참가자 중 유일한 여성 대법원장이기도 하다. 법관 연수, 법원 공무원 연수 등을 통해 우리 사법부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몽골, 베트남, 네팔의 대법원장도 모두 참석한다. 특히 네팔의 킬라지 렉미 대법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주말까지 서울에 머무르면서 사법연수원 등을 추가로 방문해 법관 양성과 사법연수제도를 직접 파악할 계획이다.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의 마리아 나타시아 구스마오 대법원장은 지난 4월 초대 대법원장으로 지명돼 이번 회의가 대법원장 자격으로 수행하는 첫 대외 활동이다. 말레이시아 대법원장은 자국이 소말리아 해적 7명의 재판을 앞두고 있어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해적 재판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몰디브, 키리바시, 파푸아 뉴기니 대법원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에 대한 국가간 협력 방안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태 대법원장 회의는 옵서버 자격인 캐나다를 포함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8개국이 회원국으로 있으며, 2년마다 이들 국가의 대법원장이 모여 사법 협력과 교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은 아직 회원국이 아니며 일본은 국내 사정으로 이번 회의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rao@yna.co.kr
201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