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신임 대법원장 첫 제청…'안정'이냐 '다양화'냐 법조계 관심
11,12기 출신 현직 법원장 유력한 가운데 비서울대 여성변호사도 거론
대법원은 11월 20일 퇴임하는 박시환(58·사법연수원 12기), 김지형(53·11기) 대법관 후임 인선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에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9월 법원조직법에 의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대법관추천위원회로 변경된 이후 처음이다.이번 대법관 인선은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의 첫 대법관 제청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법관 인선을 가늠하고 점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선 작업이 본격화되자 법원 안팎에서 하마평이 점차 무성해지고 있다. ◇대법관추천위, 18일께 6~8명 추천할 듯= 양 대법원장은 지난 29일 김종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지명하고, 박시환 선임대법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권재진 법무부장관,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 성낙인 한국법학교수회장, 정종섭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했다. 비당연직 위원으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구남수 부산고법 부장판사, 강교자 한국YWCA연합회 회장,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을 위촉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부터 법원 내·외부에서 대법관으로 제청할 후보자를 천거받고 있다. 후보 천거 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대상은 법조 경력 15년이 넘는 40세 이상의 법조인이다. 대법관추천위원회는 18일께 열릴 예정이다. 추천위는 후보자의 3배수 이상을 추천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6~8명의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이 가운데 2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 대통령이 2명 중 한사람을 지명하면 인사청문회와 국회동의를 거쳐 대법관에 취임하게 된다.◇"고도의 법적 소양과 경험"… 12기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 내에서는 양 대법원장의 첫 인선인 만큼 정통적인 방식에 따른 안정적 인사가 추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법령의 해석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많은 사건을 처리하려면 고도의 법적 소양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재판과 업무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재경지법의 한 법원장도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인사에 대해서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첫 대법관 인사인 만큼 어느 정도 파격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 대법관 인사의 틀 안에서 큰 무리를 하지 않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이라면 11기와 12기 법원장 가운데서 제청될 가능성이 높다.12기 출신은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과, 강영호 법원도서관장, 박홍우 의정부지법원장, 황찬현 대전지법원장, 윤인태 창원지법원장, 심상철 광주지법원장, 방극성 제주지법원장 등이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이홍훈 전 대법관 후임 인선 당시 박병대(12기) 현 대법관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김용덕 차장이다. 김 차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만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하다가 올해 2월 법원정기 인사 때 법원행정처로 자리를 옮겨 사법행정업무를 맡았다. 그는 대법원장 교체기인 민감한 시기에 법원행정처를 무난히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안정지향·업무능력… 11기 조병현·김용헌·이성보= 양 대법원장이 안정 지향적 변화를 추구하고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11기 출신 법원장이 제청될 가능성도 있다. 11기 가운데서는 조병현 서울행정법원장, 김용헌 서울가정법원장, 이성보 서울동부지법원장이 유력하다. 조 원장은 양 대법원장의 경남고 7년 후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유승정 서울남부지법원장, 안영률 서울서부지법원장, 고영한 전주지법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진성(10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조직안정화 차원에서 추천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지역·학교도 변수… 13기 김창석·지대운 부장판사 부각= 김지형 대법관이 비서울대·호남출신이라는 점과 박시환 대법관이 재야 몫이라는 점에서 학교와 지역 문제도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미 퇴임했고, 김지형 대법관마저 11월에 퇴임하면 호남 출신은 이상훈 대법관이 유일하다. 비서울대 출신 대법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법관은 13기 출신 김창석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지대운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다.김 부장판사는 충남 보령 출신에 고려대를 나왔고, 지 수석부장은 강원 고성 출신으로 역시 고려대 출신이다. 법원 내에서는 "13기에서 대법관이 임명될 경우 11, 12기 법원장들의 용퇴 문제가 거론되면서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비서울대 여성 변호사… 박보영·김영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도 중요한 인선 요소로 거론된다. 이같은 점에서 이번에 교체되는 2명 가운데 1명은 비서울대 여성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박보영(16기) 변호사와, 인천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김영혜(17기) 변호사다.박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세계여성법관회의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김덕현(13기) 변호사와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황덕남(13기)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일부에서는 변호사 가운데 인선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직 성급한 감이 있지만 18기 출신인 문영화, 민유숙 고법부장판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환춘 기자hanslee@lawtimes.co.kr
201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