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과 판결에 밝은 김, 여성에 비서울대·호남출신인 박으로
'사법부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겠다.'양승태 대법원장의 '선택'이다.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대법관 인선에서 재판과 사법행정 능력을 갖춘 정통법관과 호남 및 비서울대 출신 여성변호사를 제청한 것은 사법부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6년 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진보적 성향인 박시환 대법관과 노동법 전문가인 김지형 대법관을 발탁, 다양성 추구에 무게를 둔 것과 대비된다.양 대법원장은 21일 김용덕(54·사법연수원 12기) 법원행정처 차장과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인 박보영(51·〃16기) 변호사를 다음달 20일 퇴임하는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들은 이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구하면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를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대법원은 "법원 안팎의 각계각층으로부터 제출된 의견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토대로, 전문적 법률지식,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소신, 합리적 판단력, 인품 등 대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자질과 건강, 국민을 위한 봉사자세, 도덕성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평가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이번 대법관 임명 제청은 양 대법원장의 첫 인선인데다 물러나는 박시환 대법관이 재야 몫이라는 점과 김지형 대법관이 비서울대·호남출신이라는 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고도의 법적 소양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해 재판과 업무능력을 주요 인선 기준으로 할 것임을 시사했으나, 법원 안팎에서 제기되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요청을 수용해 조화로운 인선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의 이런 인선 기준은 내년 7월 예정된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 퇴임에 따른 대법관 인선과 내년 9월에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할 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대법관에 제청된 김 차장은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12기로 수료하고 198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사법연수원 총괄기획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법정국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두루 거쳐 올해 2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발령받았다. 김 처장은 재판실무와 법률이론에 두루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김 차장은 탁월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항상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핵심을 통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부드러우면서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바를 쟁취하는 추진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진강 대한변협 전 회장도 "김 법원행정처 차장은 행정업무나 재판업무를 두루 잘하시는 훌륭한 인재"라고 평가했다.박 변호사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전주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나와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하고 1989년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광주지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으며 2004년 변호사로 개업해 올해 1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박 변호사는 가사사건 전문가로 손꼽힌다. 박 변호사가 대법관에 취임하면 김영란(55·〃11기·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전 대법관, 전수안(59·〃8기) 대법관의 뒤를 이어 사법사상 세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서초동의 한 검사는 "박 변호사는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분이어서 설득력이 높다"며 "대법원에서 훌륭한 분을 적절하게 잘 인선했다고 본다"며 평가했다. 김서현 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도 "박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시 가사사건을 주로 전담하며 약자나 여성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지고 앞서가는 판결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환춘 기자hanslee@lawtimes.co.kr
201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