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회장 직선제도입 논란… 변호사단체 간 소모적 논쟁·반목
① 2012년 합격률 결정
변호사시험 합격률 75%… 법조계 인력수급계획 초안 마련
2010년 법조계는 갈등을 극복하며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는 한해였다.새해벽두부터 불거진 정치권의 사법부에 대한 이념공세는 정치권의 일방적인 사법개혁을 불러왔고 급기야 법원행정처장이 ‘삼권분립의 훼손’을 우려하는 성명을 내는 등 갈등을 빚었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부패검찰이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써야 했고, 법률시장개방 등 미래를 준비해야 할 변호사단체들은 변협회장 직선제 도입논란에 빠져 소모적인 논쟁과 반목으로 한해를 보냈다.하지만 법조계는 어려움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잊지 않았다. 사법부는 하급심을 강화하기 위해 법관인사 이원화방안 도입을 확정짓고 사법부 인적구성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미래의 소송혁신을 앞당길 전자소송이 본격 시행됐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구축해 사이버 형사절차시대의 막을 올리기도 했다. 대법원이 유신헌법의 대통령긴급조치를 위헌판단해 과거사정리에 한 획을 그었고, 헌정사상 첫 법조인 출신 국회의장이 탄생했으며, 우리 사법부가 여성 법관들을 중심으로 세계여성법관회의를 성공리에 개최, 한국 법조계의 위상을 국내외에 드높이기도 했다. 전문지 최초로 법률신문이 창간 60주년을 맞이 한 것도 법조계와 언론계에 의미있게 기록될 일이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있는 일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는 것이다. 향후 법조계의 인력수급 계획에 대한 초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12월 7일 2012년 첫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75%이상으로 합의하고 이를 법무부장관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식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로스쿨의 학사관리강화가 전제조건이었던 만큼 로스쿨교육이 부실할 경우 지금보다 후퇴한 조건으로 합격자결정방식이 정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결정을 앞두고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갈등도 적지 않았다. 특히 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로스쿨생들이 집단시위를 벌인 것은 법조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6일 전국 로스쿨생 3,000여명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체 로스쿨생의 약 70%에 이르는 2,601장의 자퇴서를 쌓아놓고 응시인원의 80~90%가 합격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기성법조인들은 토론과 설득보다는 힘의 결집을 과시하는 예비법조인들의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결정후에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8일 “법무부는 로스쿨 졸업생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75%를 철회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로스쿨협의회는 “이번 결정은 로스쿨교육이 붕괴되는 결과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수준”이라며 “2013년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을 조속하게 결정하고 응시자 대비 80% 이상이 합격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② 국회 사법개혁특위 발족새해벽두 터진 강기갑 의원과 PD수첩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판결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맛대로 해석되면서 이념논란으로 번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법원장의 출근차량에 계란을 투척하는가 하면 판결을 한 판사의 집앞까지 찾아가 시위를 하는 등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였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결과가 나올 때마다 비난을 서슴지 않는 등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기도 했다. 급기야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지난 3월 사법개혁특위를 발족시켜 정치권발 사법개혁작업에 착수했다. 대법관 증원과 법조일원화, 양형위원회 소속 변경 등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논의를 일방적으로 진행시켰다. 그러자 사법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3월18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국회나 행정부가 사법제도개선을 논의할 때도 3권 분립의 대원칙과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며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진행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국회는 사법부 뿐만 아니라 검찰과 변호사업계에 대한 개혁논의도 함께 진행시키겠다고 했지만 학계와 법조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국민들을 위한 사법제도개혁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사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출발한 개혁작업은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법조계는 “사개특위가 법원·검찰의 본질적인 기능마저 도려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난맥을 거듭하던 사개특위는 결국 변호사분야에서 ‘전관변호사의 사건수임제한’에 원칙적인 합의만 이뤘을 뿐 법원·검찰분야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활동시한을 6개월 더 연장했다. ③ 법관인사 이원화 내년부터고법판사와 지법판사를 구분해 선발하는 ‘법관인사 이원화방안’이 11월말 대법관 행정회의를 통해 확정됐다. 내년 2월 정기인사부터 사법연수원 23~25기 출신 판사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다. 이후 2012년에는 24~26기가 고법판사로 지원할 기회를 갖는 등 매년 3개 기수씩 순차적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이원화가 완료되면 재판장과 주심을 대등하게 분담하고, 고법판사의 퇴직 등 결원이 생길 경우에만 고법판사를 선발한다. 법관인사 이원화방안이 시행되면 현재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경력법관이 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하게 된다. 따라서 승진개념으로 운영된다는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고등부장제도가 사라지고 경륜있는 중견법관의 중도 사퇴를 막아 하급심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④ 변협-서울변회 갈등 최악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스쿨의 변호사대량배출과 시장의 불황, 내년으로 예정된 법률시장개방 등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골몰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심각한 갈등을 빚어 재야법조인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시작된 변협회장 직선제도입 논의였다. 대한변협은 “모든 회원의 민주적인 참여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협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도입을 주장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협회장의 위상강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분열과 정치단체화를 초래해 국민의 불신을 가중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취했다. 두 단체의 갈등은 대한변협 대의원회가 직선제안을 가결하고 해당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4월들어 서울변회를 제외한 전국 13개 지방변호사회가 “서울변회가 협회장 직선제 입법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변협이 진상조사에 나서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 갈등은 급기야 대한변협회장이 서울변호사회장을 변협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변협은 서울변회가 국회 법사위 의원들을 상대로 변협이 국회에 입법청원한 직선제도입에 반대의견을 제출한 것을 문제삼았다.대한변협 윤리위원회는 서울변회의 반대의견 제출을 ‘총회의 결의사항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지으면서 회칙위반을 근거로 김현 서울변회장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할 것을 김평우 대한변협회장에게 요청했고, 서울변회는 소속변호사로 구성된 1,100여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김평우 협회장의 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⑤ ‘스폰서 검사’ 검찰에 먹칠작년 검찰총장 낙마사태로 곤욕을 치른 검찰이 올해에도 ‘스폰서 검사’ 의혹과 ‘그랜저 검사’ 파문 등으로 도덕성에 얼룩이졌다. 지난 4월 경남지역 전 건설업자 정모(52)씨의 제보를 받은 한 방송사가 ‘스폰서 검사’ 의혹을 보도, 파문이 일자 대검찰청은 곧바로 위원 9명 중 7명이 외부인사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하고 50여일간 진상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한 기소독점권 통제 등 자체개혁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정국에 휩싸인 정치권은 6월 역대 9번째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다. 10월 국정감사 직전에 터진 그랜저 검사 파문은 검찰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상 처음으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강찬우 특임검사는 정 전 부장검사가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기존 의혹 외에 김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등 1,600여만을 추가로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알선수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⑥ 대법원, 긴급조치 위헌 판결1974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이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12월16일 나왔다. 이 판결은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가 추진해온 과거사정리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유신헌법을 비판하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겙紫쳛동조해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혐의(대통령긴급조치위반 등)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오종상(69)씨에 대한 재심사건의 상고심(2010도5986)에서 대통령긴급조치위반 혐의에 면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긴급조치 1호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유신시절 대법원판결이 모두 폐기돼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고 형사보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⑦ 전자소송시대 본격개막올 2월 ‘민사소송등에서의전자문서이용등에관한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지난 4월26일 특허법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자소송시대가 개막됐다. 전자소송을 이용하면 당사자들은 등기우편이 아닌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사건진행과정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 대법원 소송문서 전자관리시스템(efile.scourt.go.kr)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자신의 사건진행상황과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다. 또 법원에 나오지 않고도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해 소송서류를 간편하게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재판기일지정 등 사건진행 전과정이 시스템을 통해 관리돼 신속한 재판진행도 가능해졌다. 지난 11월에는 전자소송 서비스 시작 200일만에 소장제출부터 대법원 상고심 판결까지 모두 전자소송으로 진행된 첫 사건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은 내년에는 행정소송과 개인회생 및 파산사건에, 2012년에는 전체 민사소송과 행정·가사사건 등으로 전자소송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오는 2013년에는 신청·집행사건 등에 전자소송을 도입해 소송절차 전반으로 전자소송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⑧ 국가 5부首長 법조인으로헌정사상 최초로 법조인이 입법부의 수장에 올랐다. 국회는 지난 6월8일 본회의를 열고 18대 하반기 국회의장에 6선의원인 박희태(72·고시13회) 한나라당 의원을 선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재석의원 249명 중 236표를 얻어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됐다. 박 신임 의장은 선출 직후 당선인사를 통해 법조인출신 답게 “국회는 법을 잘 만들 뿐 아니라 법을 잘 지켜야 한다”며 “법치주의에 입각한 국회운영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박 국회의장은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한 뒤 대검 공판송무부장과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 등 법무·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쳐 부산고검장 시절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정치에 입문했다. 박 의장의 취임에 이어 지난 10월에는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무총리에 기용됐다. 이로써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국가 5부 요직을 법조인이 모두 차지하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법치주의 확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⑨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첫 가동사이버 형사사법시대를 여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지난 7월 전국 법원과 검찰, 경찰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됐다. 시스템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전체사건의 20%를 차지하는 음주·무면허 약식사건의 경우 ‘경찰단속 및 입건→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 법원의 약식명령→ 벌금 등의 집행’까지의 전 과정이 전자화돼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건 당사자들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사에서 재판결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인터넷 형사사법포털(www.kics.go.kr)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24시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에따라 사건 당사자들의 편의는 물론 사건처리기간도 120일에서 15일 정도로 대폭 단축됐다. 또 선고결과의 우편발송비용 등 수백억원의 정부예산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⑩ 법률신문, 법조전문지로 60년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0년12월1일. 전쟁의 포연 속에서 피어난 대한민국 법률문화의 꽃 ‘법률신문’이 회갑(回甲)을 맞았다. 법률신문은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기념연을 갖고 앞으로의 100년도 ‘법치주의 확립’과 ‘법률문화창달’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이날 축하연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이귀남 법무부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평우 대한변협회장, 신학용 대한법무사협회장 등 법조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해외출장중이던 김황식 국무총리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축하인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2011-01-08